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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첫 부동산규제 철회했지만…"재건축 문턱 더 안 낮춘다"

기사입력 : 2021년07월14일 06:02

최종수정 : 2021년07월14일 06:02

부동산규제 첫 폐기했지만 여당측, 투기수요 차단 지속
토지거래허가 및 조합원 지위양도 조기화 등으로 규제 가능
전세난 가중 우려에 수용...재건축 매매시장 영향은 미미할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재건축시장을 옥죄는 대책으로 인식됐던 '조합원 2년 의무거주' 조항이 폐지됐지만 전반적인 규제강화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입주권을 받기 위해 2년 실거주해야 하는 조항을 백지화했지만 기존 규제로도 시장에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정비사업 안전진단을 비롯한 규제의 틀을 기존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합원 2년 의무거주 제도가 시장이 미치는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당정의 정책적 신뢰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토지거래허가 및 조합원 지위양도 규제로 투기수요 차단 가능

13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당은 전날 조합원 2년 실거주' 조항이 백지화됐지만 시장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규제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여의도 일대 모습. 이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진=정일구 기자>

일단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는 작년 6월 정부가 투기수요 차단을 목적으로 시행을 예고했다.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할 때는 2년 이상 실제 거주해야 조합원 입주권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거주기간 계산은 집을 산 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 때까지로 구체적으로 정해졌으나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제도 시행을 두고 여야 공방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토법안소위를 열고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빼기로 한 것이다.

여당은 실거주 의무 조항을 제외한 것에 대해 규제 완화를 고려한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전세시장 불안이다. 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재건축 단지로 입주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기존 세입자들이 다른 곳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최근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한 재건축 단지의 이주수요로 강남권 전셋값이 하늘을 치솟는 상황에서 실거주 의무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선량한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위 소속 여당 관계자는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려던 제도가 세입자의 주거불안으로 확산하는 피해가 지적돼 반영한 것"이라며 "기존 규제책으로도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를 통해 시장 교란행위가 확산하면 추가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복적인 규제 제도가 시행되는 데다 서민 피해라는 부작용에 실거주 의무거주를 제외했다는 얘기다. 재건축 시장의 제도적 규제완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여당의 입장인 셈이다.

또한 투기적 수요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으로 상당부분 걸러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서울 강남권이나 목동 같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곳은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정부가 작년 6월 강남구와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한데 이어 서울시가 올해 4월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을 추가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하려면 갭투자(전세끼고 매입)가 허용되지 않고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시기 조기화'도 실거주 의무 폐지를 보완하는 규제로 꼽힌다. 이르면 내달 시행 예정인 이번 조치는 조합원 인정 범위를 앞당기는 게 골자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지위양도가 금지됐던 재건축은 안전진단 통과 후,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이던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 후로 제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예외 규정이 있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사실상 사업 초기부터 정비사업 거래가 끊기게 된다. 투기수요 유입이 차단되는 것이다.

◆ '손바닥' 뒤집는 정책에 시장 혼란 불가피

여당이 흔들림 없이 정비사업 규제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시장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거주 2년 의무거주 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실제 강력한 규제로 인식됐다. 이런 이유로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빨라지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조합설립 인가를 마쳐야 실거주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에 조합원이 똘똘 뭉쳐 재건축 사업 동의에 힘을 모은 결과다.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치던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중요 규제안을 철회했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있다. 문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크고 작은 대책을 26차례 쏟아냈지만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없었다. 주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폐기된 사례도 없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에 기대감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구 압구정역 주변 P공인중개소 대표는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거주가 폐기돼 집주인이 급하게 재건축 단지로 입주하지 않아도 돼 전세시장 혼란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며"며 "현정부 들어 처음으로 규제가 완화됐다는 점에서 향후 특화설계, 건축심의 등에서도 규제 문턱이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심리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폐기된 내용은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시점을 앞당기면 상당부분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재건축은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를 받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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