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원대 진입에 여·야 입장 팽팽
양당 공식 입장은 아직도 안나와
[서울=뉴스핌] 김은지 김지현 기자 =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22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사상 첫 9000원 시대를 열었다. 문 정부 평균 인상률은 7.2%이며 이는 박근혜 정부 7.4%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 정부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에 미치지 못한 점을 아쉽게 평가하면서, 경기 회복이 업종별로 '불균형'인 데 대한 사회안전망 보장,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위한 재정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지속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파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 바이러스', '소상공인 죽이기'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여야는 다만 양당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및 번복 이슈에 매몰되며 현재까지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민주노총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2022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 불평등 구조 타파! 도보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불평등·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선적 정책과제는 최저임금 대폭인상이라고 주장했다. 2021.06.23 pangbin@newspim.com |
◆ 더불어민주당 "취약 계층에 인상률 박하다…충분치 않을 수도"
여당 의원들은 취약 계층 노동자를 생각했을 때 인상률이 오히려 충분하지 않고, 자영업자의 최저임금 지불능력을 위한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핌과 통화에서 "1인당 국민소득은 프랑스, 일본을 넘어설 정도로 수출 호황에다 경제 성장도 계속되고 있으며, 내년 경제성장도 높게 예측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민들은 가난하고 취약 계층 노동자에 대해서는 너무 박한 것이 아닌지 아쉬움이 있다. 사회 안전망으로 조금 더 보장해줘야 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ESG 경영이라고 환경·사회·거버넌스를 얘기하는데, 수익을 많이 내는 곳은 취약 계층 노동자를 위해서 상생 연대 기금처럼 내놔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세금으로 내놓든, 취약 계층 노동자에게 올려주지 못했던 최저임금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경기회복이 모든 분야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대면업종은 늦어지고 다른 쪽 수출 쪽에서는 이미 많이 올라오고 있다"며 "이것이 굉장히 불균형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장 의원은 "5.1%가 많은지 적은지는 본인이 어느 산업 분야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일종의 재정 대책이 같이 가주면 5.1%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경기회복이나, 이런 기저 효과 때문에 경제 성장을 더 많이 이루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 정도 보면 전체적인 임금 인상률이 5% 가까이 올라가 준다고 하면 오히려 충분치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높냐 낮냐는 진영 논리에 가까운 느낌이고, 구체적으로는 불균형한 회복으로 갔을 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메꾸면서 조금 더 안정적인 회복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인상률은 아쉽다. 현 경제 상황,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감안한 종합적 판단의 결과로 본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위한 지원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년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기업계 공동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7.05 photo@newspim.com |
◆ 국민의힘 "혜택은 거대 노조 우산 아래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 9000원대 진입에 대한 고강도 비판을 이어갔다.
황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 최저임금 롤러코스터가 중소상공인을 다 죽였다"며 "중소상공인들뿐 아니다. 노동자도 대기업 등 소수만 인상의 혜택을 볼 것이다, 반면 대부분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전 대표는 이어 "정권 초기 피눈물 나는 절규, 처절한 반대 속에서도 인상률을 16.4%, 10.9%라는 견딜 수 없는 수준으로 올렸다"며 "그때 사업장 문을 닫았던 분 상당수가 지금 실업자로 다시 미취업 노동자가 됐다"고도 힐난했다.
그는 또한 "이후 경기가 급전직하하자 1~2%대로 인상률을 낮추더니, 올해 대선을 앞두고 5%대로 다시 올렸다"면서 "정말 가증스러운 정책이고 정부"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은 "거리두기 4단계 방역조치로 망연자실해 있는 자영업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 바이러스까지 살포한 것"이라면서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자마자 최저임금을 5.1%나 인상하는 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대한 확인사살에 다름 아닌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근로자들 임금이 인상되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우린 지난 4년간 충분히 확인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들은 거대 노조의 보호를 받으며 이미 고임금을 받고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것 다 아는 사실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해당사자인 거대노조가 정부와 작당을 해서 최저임금을 직접 결정하는 현재의 방식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란 취지가 국민의 삶을 나쁘게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제도를 시행해보고 부작용이 생기고, 시행착오가 생기면 바꾸는 순발력이 있어야 되는데 계속 그것을 밀어붙이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 의원은 "야당의 의견을 듣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했어야지, 시장이란 것이 복합변수가 많아 따라오라고만 해서 그렇게 따라오지 않는다"며 "시장과 싸우려하니 안된다. 결국 피해가 국민에게 가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통화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것이 소상공인에게는 지금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심정일 것"이라면서 "소상공인들은 전일 4단계 거리두기 적용으로 분노가 큰 상황인데, 최저 임금 인상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양 대변인은 이어 "5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을 올린 것이 박근혜 정부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올릴 거면 정부가 초창기에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려 경제에 피해를 주는 것이 맞았느냐"고 비판했다.
kime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