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재가노인통합센터, 허광순 어르신 개인 그림전 마련
[경산=뉴스핌] 남효선 기자 = 팔십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노(老) 할머니의 가슴과 눈에 담긴 세상의 빛깔은 무엇일까.
경북 경산시 소재 (재)운경재단 경산시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 1층 마실 카페에서 열리는 허광순(여, 87) 어르신의 그림 전시회가 따뜻한 감동을 전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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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용시설에서 서비스를 받는 팔순의 허광순 할머니가 틈틈이 그린 그림을 선보이는 생애 첫 개인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경산시] 2021.06.25 nulcheon@newspim.com |
허광순씨는 센터에서 재가노인지원서비스를 받고있는 노 할머니이다.
지난 해 8월 처음 연필과 색연필을 쥐고 그림을 그렸다.
할머니는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울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할까 생각하다 그림이라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허 할머니가 처음 그린 습작은 노인통합센터에 버려진 날짜 지난 달력 뒷장에 연필로 그린 풍경화였다.
이렇게 시작된 그림들이 한두 장씩 쌓였다.
책상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리가 저려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허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잡념이 없어지고 우울한 기분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허 할머니의 그림그리기 열정을 눈여겨 본 경산시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 사회복지사가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마련해 주었다.
이렇게 그린 그림이 개인전을 열만큼 쌓였다.
허 할머니의 힘없는 손끝에서 탄생한 세상은 평생 할머니를 둘러싸고 함께 한 자연과 환경과 이웃과 삶의 조각들이다.
집 주변의 꽃나무와 사람들, 즐겨보는 TV프로그램(6시 내고향, 걸어서 세상속으로,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등)에서 소개하는 영상들이 허 할머니의 기억을 통한 재구를 통해 그림으로 다시 탄생했다.
전시회를 열자는 통합지원센터 측의 제안에 처음엔 손사래를 쳤다.
보잘것없는 그림인데 누구에게 보여주겠냐며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다고 허 할머니는 해맑게 웃으신다.
노인통합지원센터 관계자가 할머니의 그림을 액자에 넣어 보여드리니 "내 그림이지만 내가 봐도 근사하다" 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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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소재 (재)운경재단 경산시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에서 요양서비스를 받는 허광순(87) 할머니가 자신의 첫 개인전을 찾은 또래 할머니들에게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경산시] 2021.06.25 nulcheon@newspim.com |
전시회는 이렇게 탄생했다.
난생 처음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첫 개인전 초대장은 허 할머니가 직접 전하고 돌렸다.
자신의 집 근처 슈퍼마켓 사장님, 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종교 활동을 함께하는 지인, 복지기관 이용 어르신과 직원들에게 직접 초대장을 전달했다.
지난 17일 첫 선을 보인 그림전은 오는 6월 말까지 이어진다.
전시회를 찾은 마을주민들은 "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지는 그림은 아마도 어르신의 인생과 일상이 담겨있어 그런 것 같다"고 방명록에 기록을 남겼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