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줄상장' 교통정리 손 놓은 SK그룹, SK매직은 '망연자실'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SK매직의 숙원인 연내 IPO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아직 상장 신청서도 내밀지 못한 데다 이미 상반기가 지났다. 연말까지 시일 자체가 촉박한 데다 IPO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발목을 잡은 '오너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다.
게다가 인적분할을 추진 중인 SK텔레콤 자회사 등 SK그룹 다른 계열사들도 줄줄이 상장 순번을 대기 중이다. 이 문제를 정리할 모기업 SK네트웍스 경영진의 시선이 온통 부재 중인 최신원 회장에게 쏠려 있다. SK매직의 연내 IPO 목표 현실성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SK텔레시스, SKC, SK네트웍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등을 받는다. 2021.02.17 dlsgur9757@newspim.com |
◆'3년 숙원' IPO 오너리스크에 '흔들'
23일 가전·렌탈업계에 따르면 SK매직의 IPO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SK매직은 2018년부터 3년째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해외진출 및 렌탈 사업 확장에 대규모 자금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SK네트웍스 내 재무 전문가 윤요섭 경영전략본부장(CFO)을 새 대표이사로 맞아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했다.
SK매직 IPO는 성적표만 놓고 보면 순탄해 보인다. 지난해 매출액 1조246억원, 영업이익 81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렌탈 누적 계정 200만개를 넘어서 부동의 1위 코웨이(630만개)에 이은 확고한 2위권에 진입했다.
SK매직은 2016년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을 인수, 새로 출범하면서 4년간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늘었다. SK네트웍스 계열사들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다. 지난 21일 기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평사가 모두 A+ 이상 신용등급을 부여한 만큼 재무상황도 안정적이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쪽이 최신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SKC,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 대한 2235억원 규모 배임·횡령 혐의를 받으며 지난 3월 구속 수감됐다. 이 돈이 부실 계열사 자금 지원 외에도 개인 골프장 사업, 가족 및 친인척 허위급여, 호텔빌라 주거비 등으로도 사용됐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최소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SK그룹 내 '서열 2위' 수펙스추구협의회 조대식 의장의 경우 최신원 회장과 함께 SK텔레시스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SKC가 900억원을 투자하도록 유도해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는다. 지난 17일 법원은 이 사건을 최신원 회장 사건과 병합하도록 결정했다. 오는 8월 첫 공판에서 조 의장과 최 회장이 나란히 같은 법정에 설 전망이다.
통상 상장심사 과정에서 IPO 대상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신용등급, 사업 성장성 등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ESG 경영 관련 투자지표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추세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중 오너리스크의 경우 지배구조 평가에 해당하는 요소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수석연구위원은 "(SK매직의 경우) 상장심사에서 문제가 될 확률은 반반"이라면서도 "요즘은 ESG가 대단히 강조되고 있어 지배구조 측면에서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최근 쿠팡 화재로 오너십에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셀 정도로 대중이 ESG에 민감해져 있다"며 "기업 이미지 자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오너 구속으로 인한 경영상 영향도 심사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SK매직 실적추이 |
◆SK매직 "IPO 주관사 선정 외 모두 홀딩"
SK매직은 올해 초만 해도 SK네트웍스 재무 전문가 윤요섭 경영전략본부장(CFO)를 대표이사로 맞이해 연내 IPO 성사를 목표로 내걸었다. 2018년부터 3년째 추진해온 'IPO 장정'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의지다.
그러나 현재 상장을 위한 내부 작업은 중단된 상황이다. IPO는 주관사 선정 이후 예비심사 청구, 거래소 심의 및 승인, 공모주 청약과 배정 등 과정을 거쳐 마무리된다. SK매직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상장 주관사 선정만 이뤄진 단계로 다른 작업들은 모두 홀딩 상태"라며 "IPO 시기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IPO 시 상장 완료까지 통상 3~6개월이 소요된다. 기업 입장에선 거래소가 추가자료를 요구하거나 재심이 필요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미 상반기가 다 지났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경우 3개월 전후로도 가능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며 "SK그룹 내 다른 상장사들과도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연내 상장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SK바이오팜에 이어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를 연달아 상장했다. 이들 모두 공모가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줄줄이 상장 대기 중이다.
SK종합화학, 루브리컨츠 등과 함께 인적분할을 추진 중인 SK텔레콤 자회사들이 대표적이다.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 올해 하반기 이후 IPO 시장 기대주들이다.
SK매직 입장에서도 공모과정이 흥행하려면 이들과 상장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그러나 SK네트웍스는 물론 SK그룹이 주요 현안과 관련 오너리스크로 시선이 쏠린 상황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상장은 SK그룹 차원은 물론 모기업 의중도 중요하게 반영된다"며 "렌탈업계 전반의 성장세로 기업가치가 올해 이후에도 충분히 상승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상장을 서둘 상황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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