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 가혹행위로 자백…재심 무죄 후 국가배상 청구
"간첩 가족이라는 사회적 차별 받았을 것, 위자료 지급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1960년대 간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고(故) A씨의 유족들과 B씨 및 그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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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농업에 종사하던 A씨는 지난 1961년 3월 경기 김포시 소재 자신의 집에서 6·25 당시 자진 월북한 친척 C씨와 접선하고 해군 경비초소 위치와 경비병력 등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검거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또 A씨 일가 중 한 명인 B씨도 이듬해 3월 경 숙부 C씨를 접선해 간첩 활동을 도와줬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확정받고 수감 중 1977년 사망했고, B씨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돼 풀려났다.
이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해 고문 등 자백강요 행위가 있었음이 인정되고 경찰 및 검찰 진술은 불법구금된 상황에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 유족들과 B씨 등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A씨와 B씨 및 이들의 배우자, 자녀들은 재심이 확정된 2020년 6월까지 약 50년 가까이 간첩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 등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이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특히 형제자매들에 대해서도 "당시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구 반공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당사자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를 포함한 가족까지도 사회적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위자료 액수로 A씨에게 4억2037만원, B씨에게 4863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또 A씨 자녀들에게는 각 1억원, B씨 자녀들에게는 각 1500만원, B씨 형제들에게는 각 5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