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국이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혁명과 항미 항일을 소재로 한 영화 및 TV드라마를 대거 방영중인 가운데 한국전쟁(抗美援朝,항미원조, 미국을 막고 북한을 도움)의 중국 개입과 장진호(長津湖)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장진호를 곧 개봉할 계획이어서 관심을 끈다.
영화 '장진호'는 중국 입장에서 1950년 말 한국전에 개입한 중국 인민지원군이 함경남도 개마고원 일대의 저수지 장진호에서 대한민국 지원에 나선 미군 해병사단및 유엔군과 싸워 중국과 북한 측이 이긴 전투를 줄거리로 삼은 영화다.
중국측에서 볼때 장진호 전투는 '항미원조 전쟁'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의 눈부신 활약을 과시하는 승리의 이야기이겠지만 우리 대한민국 입장에선 당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이 전투에서 패배함으로서 전세가 역전되는 상황에 처한다는 점에서 뼈아픈 통한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중공군이 개입한 장진호 전투는 우리 대한민국이 원치 않는 쪽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바꿔놨다. 장진호 전투에서 우리가 패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남침을 격퇴했을 것이고, 한반도 역사는 지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180도 다른 한국 전쟁에 대한 인식과 기억을 미중대치가 격화하는 가운데 맞은 공산당 100주년의 해에 엄청난 공을 들여 애국심을 고취하는 체제 선전 영화로 찍어냈다. 내부결속과 항미의식 고취를 겨냥한 이 영화는 한중이 아무리 경협을 통해 가까워져도 우호관계엔 한계가 있음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영화 장진호 발표회. 2021.06.15 chk@newspim.com |
한국전쟁 영화 '장진호' 제작사 측은 6월 12일 상하이에서 발표회를 갖고 영화 제작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연내 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장진호 제작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천카이거와 쉬커, 린차오센 등 당대 중국 최고 감독에 주연까지 우징 등을 내세워 중국판 블록버스터급 영화 흉내를 냈다.
제작사는 준비단계 부터 5년이 걸렸고 외국인을 포함한 연인원 7만 명의 군중이 동원됐으며 중국 영화사상 투자 제작비가 가장 많은 영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2020년 11월 천카이거에서 시작해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린차오센이 메가폰을 잡았다.
천카이거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는 중국 공산당은 물론 천 감독 자신의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스크린에 반영했다. 천 감독은 발표회장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왜 항미원조 전쟁을 해야했는지를 깊이 인식하게 됐고 왜 전쟁에서 승리해야했는지를 스크린에 투영했다"고 말했다.
전쟁을 먼저 누가, 어떤 목적하에서 일으켰는지에 대한 원인같은 것에 대해 애초부터 그들은 전혀 안중에 없다. 나라가 작아서 시장(영화배급) 같은 걸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한때 '전략적 동반자' 관계였던 이웃 상대국에 대한 고려는 털 끝 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은 단지 '침략자들을 처부수고 승리했다'며 그들이 편한 방식대로 영화 장진호로 한국전쟁을 말하고 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