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반영 여론 우려"…국토부도 "출퇴근 어려운 주민이 정책대상"
예산 한계·균형발전 고려…'광역교통 2030'에도 노선 언급 없어
빨라도 2035년 개통, 김포라인 증차 등 실질적 대안 필요성
"접근성 개선 기대감에 개발→교통혼잡 반복…자원 재편 고려해야"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의 강남 직결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김포, 하남, 부천 등 관련 지자체가 '원안 반영'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체가 없는 원안을 요구한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지자체가 제안한 안은 소요 예산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수도권 편중 비판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교통난 해소 필요성이 있지만 수도권 주민들이 원하는 서울 접근성을 계속 반영하기만 해서는 서울 의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강남 직결은 집값 예민한 투자자"…국토부도 "우리 정책 대상은 실제 출퇴근 겪는 주민"
23일 업계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지자체가 강남 직결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집값이 거론된다. 최근 몇 년 간 GTX가 수도권 집값을 좌우하면서 상대적으로 교통 여건이 나빴던 김포, 하남 등에서 GTX 호재가 부각됐지만 '김포~부천(김부선)' 노선 결정으로 지역 내 실망감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권일 한국교통대 건설환경도시교통공학부 교수는 "서울 접근성을 높여달라는 목소리의 대부분은 집값에 관심이 큰 투자자들"이라며 "민원에 대해 합리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지만 지역 내 자족성을 키우기보다 서울 의존도만 높일 경우 이들의 자산가치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뿐 개발비용은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교통난 해소 필요성과 지역 균형발전 사이에서 적정한 자원 배분을 놓고 고심한 결과가 이번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D노선은 김포, 검단 주민들이 주로 서울 마포구, 영등포 등으로 출퇴근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강남으로 연결돼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정책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은 공익적인 차원에서 실제로 출퇴근을 겪는 주민들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정책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지자체가 요구하는 GTX-D 노선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약 10조원으로 추정된다. 44차 철도망 계획에 신규로 반영된 42개 사업 예산은 29조4000억원으로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에 국토부는 GTX-D 노선을 김부선으로 정하고 부산·울산·경남, 대전·세종·청주 등에 광역급행철도 구축 계획을 반영했다.
국토부는 이런 예산 문제를 감안해 처음부터 강남 연결을 주요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GTX-D를 처음 언급한 '광역교통 2030'에도 노선 관련 언급은 전무하다. 2019년 10월 31일 발표된 '광역교통 2030' 자료를 살펴본 결과 "서부권 등에 신규 노선을 검토한다"는 언급 외에 GTX-D 관련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27페이지에 이르는 보고서는 물론 12페이지 짜리 보도자료 등에도 노선에 대한 내용은 없다.
보고서에는 '권역별 광역교통 구상'이라는 항목에서 수도권을 ▲동북권 ▲동남권 ▲서남권 ▲서북권으로 나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표시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관련 언급은 없다. 해당 발표 이후 관련 지자체들이 서남부와 동남부를 연결하는 노선이 필요하다며 지역 주민들의 기대감을 키운 셈이다.
[부천=뉴스핌] 최상수 기자 =김상호 하남시장, 이정훈 강동구청장, 장덕천 부천시장, 정하영 김포시장이 20일 오전 부천시 춘의동 부천종합운동장역 인근에서 열린 김포-부천-강동-하남을 연결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D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강력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5.20 kilroy023@newspim.com |
◆ GTX-D 당장 교통난 해결 못해…"철도망 계획은 국가 교통망에 따른 자원 재편 고려해야"
GTX-D가 당장 김포의 교통난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GTX-D는 철도망 계획에 반영돼도 사전타당성조사와 예비타당성조사, 중기재정계획, 민자적격성심사 등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현실화할 수 있다. 빨라도 2035년은 돼야 개통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에 지역 주민들의 교통난을 해결할 실질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김포라인 증차다. 지난 17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9호선 국회의사당역까지 출근하며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전화해 "GTX-D 문제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전달했다. 교통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5호선 연장의 경우 서울, 김포, 인천 지자체 간 협의가 필요한데 아직 진행이 안됐다"며 "서울시는 건설폐기물처리장을 외곽으로 옮기고 싶어하고 나머지 지자체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어 이번 계획에는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4차 철도망 계획이 국토 전체에 대한 구상보다는 특정 지역에만 관심이 쏠리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결과만 초래할 거라는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도권을 포함, 전체 인구 감소를 감안한 국토 공간구조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일 교수는 "지금은 지자체 민원에만 관심이 집중되는데, 노선이 들어서면 접근성 개선 기대감으로 또 다시 주변 택지, 토지개발이 벌어지고 다시 인구가 늘어나 교통 혼잡이 가중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전국 인구는 작년부터 감소했고 수도권은 2035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식의 투자가 적절한지, 국가 교통망에 따라 사람과 기업, 산업이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판단이 반영돼야 한다. 수도권 개발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4차 철도망 계획에 기존 용역에 포함된 김포~부천 노선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운행 계획에 대해 GTX-B 선로를 공유해 김포~여의도 또는 김포~용산역 등 연장운행하는 방안을 포함할지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6월 말 4차 철도망 계획을 고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4차 계획은 철도망 건설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건설 내용만 포함되지만 지역에서 워낙 관심이 많은 만큼 고시에 운영안에 대해 담을지 등을 포함,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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