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29년 개관적 이해로 간극 좁혀야
한국은 아시아의 '진정한 선진국'
'존중할 만한 나라', 중국학생들에 강조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한중 관계의 시계가 사드에서 작동을 멈췄다. 설상가상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한중 경협도 대부분 중단됐다. 막힌 물꼬를 트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정상 외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형국이다. 한중수교 30년을 1년 앞두고 '2021년~2022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가 선포했으나 눈에 띄는 활동이 없어보인다.
미국 조 바이든 신정부 들어서도 미국의 중국 제재가 지속되면서 미중은 여전히 분쟁해결의 실마리를 못찾고 있다. 미중 대치 와중에 한국 주가를 높일 묘안을 찾을 수 있을 법도 한데 시간이 갈수록 선택지가 엷어지고 입장만 옹색해지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볼때 한반도 양강 외교의 한 축인 문재인 정부의 대 중국 외교는 힘을 받지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드에 멈춰선 외교시계, 수교 29년 한중관계 신좌표
중국 당국은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뉴스핌 통신사가 한중 교류의 해와 '한중수교 30년(2022년)'을 앞두고 5월 12일 베이징에서 추궈훙 전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한중 관계 현주소및 미중 대치하의 한중 경협 전망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선 추궈훙 대사는 화상회의도 정상회담의 한 방법이라고 밝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한중이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추궈홍 대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미국의 대중국 기업및 세컨더리 제제에 맞서 한중은 4차 산업혁명 분야와 하이엔드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추 대사는 현 상황에서의 미중 분쟁 본질은 신냉전기 문제로 보다는 '압박과 피압박'의 문제로 보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추궈홍 대사는 현재 중국 최고 싱크탱크로서 고위급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주는 차하얼 학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뉴스핌이 대담 인터뷰를 신청했을 때 중국 국가 외교부에 비준(허가)을 얻어야한다고 밝힌데서도 알 수 있듯 외교관원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신분이다.
중국은 정례 브리핑과 매체 발표회가 아닌 한 현직 관리가 외부 매체의 취재에 응하는 사례가 아주 드믈다. 이를 감안하면 뉴스핌이 가진 추궈훙 전 대사와의 인터뷰는 중국의 한국및 미국 등 대외 정책 기류를 파악하는데 꾀 의미있는 자리인 셈이다. 추 전 대사와 가진 인터뷰 대담의 상세한 내용을 원문(중문) 녹취록과 함께 뉴스핌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 사드에 멈춰선 외교시계, 수교30년 한중 신좌표
2, 새술은 새부대에, 코로나 후 한중 경협 신모델
3, 정상 회담 후엔 관계 정상화 급물살 확신
4, 미국 대체 의사 없어, 미중대치 본질 '압박과 비압박'
5, 中 공산당 100년, 햔국의 도전과 기회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021.05.17 chk@newspim.com |
한중 30년 개관적 이해로 간극 좁혀야
남의 눈 아닌 자기 눈으로 상대 직시해야
"한국인의 중국 호감도가 낮아진 것은 한국 언론과 직접 관련이 있어요. 한국에서 6년 생활을 했고 나는 한국에 깊은 호감을 갖고 있어요. 한국어를 몰라도 한국 매체의 중문판 홈페이지를 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많다는 걸 압니다. 이는 상당부분 한국 국내 정치상황과 관계가 있으며 또한 미국의 영향도 있다고 봐요"
기자는 사드 이후 시간이 꽤 지나고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이 임박했는데 한국엔 여전히 반중 정서가 팽배하다며 첫 질문으로 그 원인을 짚어달라고 했다. 이에대해 추궈훙 전 대사는 솔직히 말하겠다며 한국 언론의 보도 관점및 한미 관계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라고 털어놨다.
"과거 한국의 많은 인재는 미국에서 배양됐어요. 한국(인)이 중국을 보는 시각은 미국의 여론(언론)에 영향을 받았다고 봅니다. 반면 중국과는 수교 30년이 됐지만 그전에 적국이었던 시간이 길었어요". 추 전 대사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인적 교류가 늘어야한다며 양국 국민이 스스로의 눈으로 상대국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는 올라갈수도,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때론 모순도 발생할수 있어요. 하지만 상대 국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모두의 이익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교류 왕래와 장조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협력을 증진시켜야해요. 그러려면 갈등을 조장하는 부정적 소식보다 밝고 전향적인 얘기를 많이 전해야합니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자유 민주주의 한국의 언론 보도 특성은 중국과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또한 외교는 상대적인 것으로서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상호간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진정한 선진국'
존중할 만한 나라, 중국 학생들에 강조
"블신을 해소하고 관계를 개선하는데 가장 유용한 방법은 인적 교류를 증진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상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눈이 생기죠. 중국에 있어 한국은 반도 국가이고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곳입니다. 나는 중국내 대학에서 특강을 할 때 한국을 바른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가르칩니다".
추 전 대사는 전직 외교관으로서 대학에서 종종 특별 강의를 한다. 강의 중에는 한반도 문제와 한중 관계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추 전 대사는 상호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고 소개혔다.
'한국은 작지만 경제력 등 국제상 영향력이 큰 나라다. 한국이 중국에 중요한 것은 단지 이웃 국가여서 만이 아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다. 중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이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진정한 선진국이다'. '특강 노트' 에는 추 전 대사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국은 누구이고 중국과 어떻게 다른가. 추 전 대사의 중국 학생들에 대한 '강의 노트'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 후 미국의 지지하에 경제를 성장시켰고 싱카포르는 4계절 온난한 기후와 근면한 국민성 등으로 부강해졌다. 한국은 분단과 전쟁 등으로 일본과 달리 경제 발전의 조건에서 많이 어려웠다. 자원을 전쟁 대비에 투입해야 했다. 중국과는 수교전 오랜시간 적대 상태에 있었다'.
추 전 대사는 평소 커피를 즐기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교류할때 일주에 한두잔 정도 마신다. 아메리카노와 라테를 가리지 않고 주로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그는 잠깐 말을 멈추고 커피로 목을 축인 뒤 궁금했던 중국학생들에 대한 '강의 노트' 마지막 대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한국은 여러 불리한 조건하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현재와 같은 주요 경제 국가가 됐다. 나는 한국인이 분투정신이 있다고 본다. 이런 점은 존중되고 존경을 받아야한다. 상당수 중국인들이 이에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추 전 대사는 평소 중국 친구들과 만나거나 젊은층에 강의할 때 이 점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추궈훙 전 대사 약력>
△상하이 출생(1957년, 64세) △상하이 외국어대 △중국 국가외교부 아시아국 △주일본 중국대사관 3등 서기관, 2등 서기관, 참사관 △일본 주 오사카 총영사관 △외교부 아시아국 부국장 △주 네팔 중국 대사 △외교부 섭외안전사무사(대외안전사무국) 국장 △주한 중국 대사 △차하얼학회 동북아 수석연구위원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