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화 기준 강화 건축법 개정 수혜 기대…대규모 설비 증설
수백억대 자금 소요 예상…모든 가능성 놓고 조달 방안 검토 중
[편집자] 이 기사는 5월 13일 오후 2시51분 AI가 분석하는 투자서비스 '뉴스핌 라씨로'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벽산이 건축법 개정을 계기로 실적 도약을 꾀하고 있다. 건축 자재의 내화(耐火) 기준이 강화되면서 글라스울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 벽산은 증설을 통해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캐파를 늘릴 계획이다.
13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벽산은 무기단열재 시장 확대에 대비해 글라스울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키로 했다. 7만 톤 규모를 새로 만들어 기존의 7만 톤에 더해 총 14만 톤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벽산 관계자는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완공까진 2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벽산은 익산에 두 곳, 여주에 한 곳 등 총 세 곳의 공장에서 글라스울을 생산 중이다. 익산 1, 2 공장이 각 3만 톤, 여주는 1만 톤 규모다.
벽산의 이 같은 행보는 건축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올 12월 시행 예정인 개정 건축법은 건축물 마감재와 단열재의 화재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건축물의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축물 내부의 마감재료로 복합자재를 사용하는 경우 불연재료가 아닌 심재(心材)도 방화에 지장이 없는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갖춘 재료로 하도록 한 것. 즉, 그간 샌드위치 패널용 심재로 많이 쓰이던 스티로폼(EPS)과 우레탄 등 화재에 취약한 유기단열재들이 대거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건축법 개정과 관련해선 샌드위치 패널에 대한 수요가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부분"이라며 "지켜봐야 하겠지만 새 건축법이 시행되면 (글라스울 수요가) 점진적인 상승보다는 한꺼번에 튀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로고=벽산] |
글라스울은 용융 유리를 섬유상으로 만든 것으로, 단열 효과가 현저하게 뛰어나 대체로 건물의 보온·냉재로 많이 쓰인다. 물론, 개정 건축법이 스티로폼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소재 특성상 스티로폼이 내화 기준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티로포은 거의 못 쓴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 "스티로폼을 계속 사용하는 데도 있겠지만, 샌드위치 패널에 대해서는 법적 기준을 통과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국내 샌드위치 패널 시장은 약 1조8000억 원 규모로, 가격이 가장 저렴한 스티로폼이 60%를 차지한다. 그 외 폴리우레탄이 23%, 글라스울이 17% 정도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글라스울 시장에선 KCC가 약 50% 점유율로 1위고, 벽산과 한국이소바가 2위를 다투고 있다. 벽산 내부적으로는 2020년 기준 전체 매출의 33.4%를 글라스울 등 내화단열재가 차지한다. 벽산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4442억 원, 영업이익 96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벽산은 아직 증설 자금 조달 방안을 확정하지 못 했다. 전환사채 발행 등을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금 확보 계획을 수립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 조달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되도록이면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채비율이 현재 60% 정도로, 재무 부담은 크지 않다"며 "다른 보유자산도 많다"고 덧붙였다.
7만 톤 규모의 글라스울 생산설비를 새로 지으려면 수백억 원이 필요하다.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글라스울은 조금이라도 증설한다고 하면 백억원대 이상이 든다"며 "백억원대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7만 톤이면 몇 백억 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기단열재 업체들이 새 건축법에서 요구하는 내화 기준을 충족시키는 심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글라스울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자재업계 관계자는 "스티로폼을 아예 못 쓰게 된 게 아니고, 준불연 기준만 통과하면 쓸 수 있다"면서 "지금은 준불연 제품이 글라스울밖에 없는데, 유기단열재 회사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준불연 유기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