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펀드 최근 한 달 수익률 9%
"실적·금리 향방·경기상황 주시해야"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국내 펀드 상당수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발(發) 조기 기준금리 인상 신호와 은행·증권사의 호실적이 맞물리며 높은 수익률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향후 금리 향방과 기업 실적,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국내 금융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9.2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0.91%)과 비교하면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펀드는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테마 펀드 중 농산물펀드(17.31%) 다음으로 높은 성과를 거뒀다. 최근 3개월과 6개월 기준으로도 각각 22.41%, 36.22%의 높은 수익을 시현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사] |
개별 상품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TIGER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한달 사이 10.87%의 수익을 내며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이날 기준 KB금융(22.53%), 하나금융지주(22.21%), 신한지주(18.68%), 우리금융지주(16.05%) 등의 금융지주를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4대 금융지주를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10.7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금융지주와 보험사, 증권사에 두루 투자하는 '미래에셋TIGER200금융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9.60%의 수익을 거뒀다.
이밖에도 한국금융지주와 국내 주요 증권사에 투자하는 '삼성KODEX증권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과 '미래에셋TIGER증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각각 4.08%, 3.83%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금융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은행주가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주는 대표적인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힌다. 금리가 상승하면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돼 은행들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며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옐런 장관은 이후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와 은행 8개 종목들로 구성된 KRX은행지수는 이달 들어 8%(전날 기준) 넘게 올랐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와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는데 금융쪽은 대부분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금융펀드는 금융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보니 최근 시장 상황이 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은행과 증권사의 호실적도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그룹 등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지주사 전환 이후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에 대해 "실적 모멘텀 외에도 경기 모멘텀과 옐런 발언에 따른 금리 모멘텀까지 발생하면서 현재는 모멘텀이 극대화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이 국내외 거래대금 증가 등에 힘입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다만 금융펀드가 지속해서 높은 수익률을 시현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은행과 증권사의 2분기 이후 실적과 기준금리 향방, 경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을 접기에는 일진일퇴(一進一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률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 보기에도 어렵고, 조정 받을 것이라 판단하기도 어렵다"며 "금융주들이 경제 전반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실적 외에 경제 경반적인 상황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05.05 mj72284@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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