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상 '영남 vs 수도권'...내부선 '탄핵·분당' 책임론
TK 주호영, 탄핵 찬성·탈당 이력 불식할지가 관건
수도권 나경원, 탄핵 이후 '친박 색채' 걸림돌 관측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차기 당 대표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내년 대선을 대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을 당 대표에 TK(대구·경북) 5선 중진인 그가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이제 관심은 또 다른 중진인 수도권 4선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출마 여부에 쏠린다. 정가에서는 나 전 원내대표가 출마 의지를 굳히게 되면 양강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나 전 원내대표가 출마한다면 표면적으로는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영남 vs 비영남' 구도가 형성되지만, 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분당 문제가 다시 주된 공방 지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좌)와 주호영 전 원내대표(우) yooksa@newspim.com |
◆ 주호영, 영남당 논란에 "자해행위...출신 지역 이야기는 퇴행이며 분열"
주 전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다음 당 대표의 가장 큰 책무는 야권 통합을 이뤄내고 승리할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자기를 내세우기 보다는 조정 능력, 온화한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선 경선을 관리하겠다"며 "누가 후보가 되든 '원 팀'으로 대선 승리에 임하겠다. 대선을 위해 공약 준비팀을 즉각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영남당 논란'에 대해 "자해행위이고 분열주의"라며 "출신 지역을 갖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옛날의 방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인 울산을 지역구로 한 김기현 원내대표가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당 내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 중도 확장성과 쇄신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당 대표는 수도권 인사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누가 더 혁신적이고 당을 통합하고 가장 큰 과제인 대선 승리를 위해서 제일 잘 할 수 있나를 놓고 토론해야 하는 것이지, 출신 지역을 갖고 얘기하는 것은 퇴행이고 분열주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전까지 원내대표와 당대표 출신 지역이 문제가 없던 걸로 알고 있다"며 "우리 당이 수도권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갖고 있을 때의 성과도 상당 수준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지역 원내대표와 당대표가 많은데 그런 얘기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6월 전당대회 출마선언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10 leehs@newspim.com |
◆ 나경원 출마시 표면적으론 '영남 vs 수도권' 구도...본질은 '탄핵·분당' 표심 잡기
주 전 원내대표의 강한 비판에도 수도권 당 대표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미 서울 송파갑을 지역구로 하는 초선 김웅 의원이 '수도권 초선 당 대표론'을 내세우며 출마를 선언했다.
또한 현재 원외이지만 대국민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원내대표의 출마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직 나 전 원내대표의 결심이 완전히 서진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그의 출마를 권하며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당 내 인사들은 나 전 원내대표가 출마를 결심하면 양강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웅 의원이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호명 효과'로 언론에 기사가 많이 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 대표라는 것이 단숨에 되기 어렵다. 결국 주 전 원내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의 대결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만일 양강 구도가 형성된다면 영남 vs 수도권 중진 간 대결이 된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당원들이 산토끼(수도권) 또는 집토끼(영남)를 두고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결국 본질적으로는 전당대회에서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분당 문제가 불거지며 충성도 높은 당심을 잡으려는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 내 이슈에 밝은 한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상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수도권 표심이라는 게 있는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의 수도권 표심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의 표심인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의 수도권 표심도 현재 거주는 수도권에서 하고 있지만 뿌리는 영남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위 인사는 "또한 지금 나 전 원내대표가 수도권에서, 주 전 원내대표가 영남권에서 각각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가"라며 "당원들의 마음을 쉽게 기계적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나 전 원내대표가 출마한다면 탄핵과 분당 이슈를 제기하며 전통적 지지층과 주 전 원내대표를 분리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며 "그것이 먹힌다면 분명 주 전 원내대표에게 불리한 이슈"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 3월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시청역 거점유세에서 지원 연설을 하고 있다. 2021.03.25 photo@newspim.com |
◆ 'TK' 주호영, '탄핵 찬성·탈당 경력' vs '수도권' 나경원, 탄핵 정국 이후 짙어진 친박 색채
지역적으로 보면 비록 옅어졌지만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권 당원들은 '친박'(친박근혜계)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러나 주 전 원내대표는 대구 5선이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역임하는 등 '친이(친이명박)'계에 가까웠다.
그는 또한 탄핵 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김무성 전 대표 등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몸담은 바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유승민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반대로 나 전 원내대표는 비례대표 1회를 제외한 3번을 수도권(서울 중구, 서울 동작을)에서 역임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키즈'로 정계에 입문하며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그와 가까웠다.
그러나 4선 의원이 된 이후 수차례 원내대표직에 도전했지만 범친박 의원들에게 패하며 비주류가 됐고,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고심 끝에 탈당을 하지 않고 당에 남았다. 2018년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박(비박근혜계) 김학용 전 의원과의 양자 대결에서 친박계의 지지로 당선됐다.
이후 상대적으로 복당파 의원들보다 당에 남았던 친박계 의원들과 가깝게 지내며 현재는 친박 색채가 강한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서도 1차 경선에서 당원 투표에서 승리하며 1위로 결선에 나섰지만, 100% 국민경선으로 치러진 결선에서 오 시장에게 패하며 서울시장 도전을 마친 바 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