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주식 투자는 기본만 지킨다면···."
주식 투자가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거듭나면서 요새 밥상머리 앞에선 으레 주식 이야기가 오간다.
갖가지 말들이 오가지만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이야기는 단연 수익률이다. 그 중에서도 고수익률 달성 비법을 공유할 때는 마치 학창시절처럼 필기라도 하고 싶어진다.
최근 점심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어느 분야든 기본에만 충실하면 적어도 무너지진 않는다"라며 "주식의 기본은 가치투자"라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가치주에 투자하고 기다리면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저평가 주식을 매수하고 감옥에 다녀오라는 말이 한낱 우스갯소리는 아닌 셈이었다.
다만 의아한 점은 펀드의 위상이었다. 주식 투자를 업(業)으로 삼는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데도 공모펀드 시장은 침체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은 11년 동안 연평균 1.7% 성장하는데 그쳤다.
사모펀드의 높은 성장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성장이다.
문제의 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기본의 망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투자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이 기본인 가치투자 대신 단기적인 성과나 벤치마크 수익률에 집착한다는 것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성과가 펀드매니저에겐 연봉으로, 자산운용사엔 수수료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며 "장기 성과보다는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니 무너지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공모펀드 위축→보수규모 감소→유능한 인력 이탈 →펀드 수익률 악화→공모펀드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더군다나 최근엔 증시 호황에 따라 주식 투자를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졌다. 본래 지수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돈을 더 맡기는 게 정상이지만 이제는 되려 돈을 찾아가고 있다.
그만큼 공모펀드를 향한, 펀드매니저를 향한 회의적 시선은 더욱 짙어진 상황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결국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는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펀드매니저에게 연봉의 10%를 자신의 펀드에 투자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고객의 '돈'을 그저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자산처럼 신중하게 관리할 수 있는 건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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