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취임 3주차. 통상적으로 주변의 축하를 받고 패자를 위로하며 지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새로운 시정을 위한 가벼운 몸풀기만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특히 인구 1000만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행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의 4월은 다르다. '다시 뛰는 서울'을 강조한 그는 첫날부터 기다렸다는 듯 뛰었다. 그것도 잰걸음이 아니라 단거리 선수쯤 되는 속도로 말이다. 너무 빨라 발을 헛디딜까 걱정될 정도로 조급한 이유는 단 하나.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광연 사회문화부 차장 |
오 시장은 10년만에 돌아왔다. 오랜 인내끝에 얻은 소중한 결과지만, 보궐선거의 시작점이 두번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비극'이었다는 건 감출수 없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남은 임기는 고작 1년 3개월. 내년 3월 대선에 이어 6월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선거정국을 감안하면 오 시장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취임 직후 부터 기다렸다는 듯 서울형 방역과 부동산 규제완화 등 공격적인 정책변화를 쏟아내는 모습은 그래서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특히 이들 정책 중 상당수가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이라는 점에서 변화의 당위성도 엿보인다. 다시 뛰겠다는 오 시장의 다짐은 사적인 포부라기 보다는 정치적 사명감처럼 보인다.
새로운 정책은 기존 정책이 가진 문제들을 지적하고 대안을 던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방역과 부동산은 뚜렷한 한계가 나타난 문제들인만큼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잘되고 있는 분야를 뒤집는다면 모르겠지만 문제가 있는 사안들을 바꾸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시도가 아닐까.
정부와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의 당선은 정부와의 '동행'이 아닌 '견제'를 원하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단순히 정부와 결이 다르다고 해서 비판받아야 할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정책'을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의 현실이 고통스럽고 버겁다면, 변화를 말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일 이유는 충분하다. 정치적 '지지'를 떠나서 말이다.
보궐선거는 끝났고 표심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계승'을 선택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선택한 건 새로운 '대안'이다. 임기가 짧다고 해서 그 선택의 가치가 바뀌는 건 아니다. 지금은 오세훈의 시간이다. 흔들기에 앞서 그 시간만큼은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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