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아쉽지만 자신의 길 갈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
野 "국정은 제쳐두고 대권을 향해 떠난 국무총리" 맹비난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일부 경제부처 장관 교체를 단행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나타난 성난 민심을 보듬고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4차 대유행이 점쳐지는 엄중한 상황에 코로나19 방역을 책임지는 사령탑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며 각 부처 장차관 및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1.04.16 yooksa@newspim.com |
이란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정세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이고 이날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후임 총리로 내정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총리 자격으로 마지막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현재의 상황과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껏 경험한 어떤 유행보다 더 길고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관건은 알고 있는 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 치열한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하는 그 날이 하루속히 다가오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국민들도 이 희망의 여정에 한마음 한뜻으로 변함없이 함께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가 스스로 '치열한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현재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그런 상황에서 방역사령탑을 맡고 있는 총리가 사임한다는 것에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정은 제쳐두고 대권을 향해 떠난 국무총리의 빈자리를 또다시 '돌려막기 인사'로 채우는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다음주 국회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떠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평가다. 코로나 방역 등 정부의 정책방향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사령탑인 총리 없이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청와대는 일부 경제부처 장관을 중심으로 한 개각을 먼저 단행하고 다음주 국회 대정부질문 후 국무총리 교체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정세균 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 후 나가고 싶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계획은 정 총리가 즉각 사의를 표명하면서 틀어지게 됐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개각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떠나는 정세균 총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2대 총리를 맡아 국정전반을 잘 통할하며 내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그동안 정세균 총리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방역지침을 마련하고 현장에 달려가 불철주야 땀 흘리는 모습은 현장 중심 행보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내각을 떠난 것은 아쉽지만 이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 주리라 믿는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적임자를 제청해주신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한 발언이지만 내심 총리직을 떠나는데 대한 아쉬움도 행간을 통해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행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최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의 교체 가능성과 관련, 의사 출신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이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들며 교체 가능성을 낮게 점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청와대 개편인사에서도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교체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문제가 있음에도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이유로 교체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총리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체하는 이유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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