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위원회 회의 결과 허용범위 1% 확대
전문가 "국민연금, 동학개미 아닌 수익성 고려돼야"
[서울=뉴스핌] 임성봉 황선중 기자 = 국민연금이 9일 국내주식 비중 허용범위를 확대하면서 동학개미의 반발에 꼬리를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이 수익률 재고가 아닌 개인 투자자의 반발에 따라 허용 한도를 상향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국내 주식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0%에서 ±3.0%포인트로 1%포인트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달에도 같은 안건을 두고 논의에 들어갔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정을 뒤로 미룬 바 있다.
기금위는 △지난 2011년 자산군별 목표비중 허용범위 설정 과정에서 국내주식의 허용범위가 타 자산군에 비해 좁게 설정된 점 △최근 3년간 허용범위 이탈 빈도와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점 △최근 4개월 연속 허용범위 상단 이탈한 점 등을 고려해 국내주식 허용범위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공단 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2020.06.10 kebjun@newspim.com |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자산배분(SAA) 이탈 허용범위를 확대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대 수익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개인 투자자의 눈치를 보며 사안을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안정성 원칙에서 조절을 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 국민연금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자산운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주가가 좀 떨어지거나 조정 받아야 할 때 국민연금 등이 개입해서 받쳐준다고 해서 실제 통하는 사례가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더 크게 출렁이게 하고 결국은 소액투자자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만약 국내주식 비중 조정이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면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부적절하다"며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을 변경시켜 결과적으로 수익률 저하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움직임"이라고 짚었다.
성 교수는 일부 개인 투자자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이 수익을 내지 못했다면 비판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이 수익을 내고 이익을 현실화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며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부양하기 위한 곳이 아니고 주어진 위험 하에 장기적인 수익률 구조를 보고 전략적 자산배분을 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수익률이 전제 된다면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심도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이 들어가는 국민 대표 연기금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을 살리고자 하는 입장도 굳이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며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에 많이 연동돼 움직이고 저평가돼 있는데 그만큼 국민연금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황 교수는 "당연히 수익성이 전제가 돼야 하고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대규모 투자 주체로서 중심을 잃지 않고 투자자 동향이 아닌 원리와 원칙에 의거해서 투자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금위 관계자는 "시장에는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 기관투자자 등이 있어 개인투자자만 고려한 것은 아니다"며 "국민연금이 전략이나 매매 방향을 노출시키지 않는 선에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이며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조정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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