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임신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감염 위험으로 외출과 건강관리가 제한되면서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증폭되는데다, 외출을 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호흡이 힘들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30일 뉴스핌 취재 결과 임신부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을 때 말고는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03.30 min72@newspim.com |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수경(33) 씨는 "임신하고 입덧이 심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병원 진료말고 외출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라며 "간혹 임신부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남편이 장도 혼자 볼테니 집에만 있으라고 한다"고 전했다.
둘째를 임신했다는 A씨는 "첫째를 돌보면서 건강도 챙겨야 하는만큼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크다"며 "첫째 임신했을 때처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야외 활동도 하고 싶은데 감염 부담 때문에 외출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모임이나 친정에 가고 싶어도 코로나19 시국이라 임신부는 조심해야 한다며 집에 있으라고 한다"며 "집에만 있다보니 첫째 임신 때는 잘 몰랐던 우울감이나 스트레스가 쌓여 사소한 일에도 괜히 눈물이 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외출을 한다 해도 스트레스 받긴 마찬가지다.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이 불편한 탓이다. 배가 불러오면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임신부들에게 마스크 착용은 또 하나의 고충이다.
인구 밀집이 높은 직장 내에서 KF94 마스크를 쓰는 임신부들은 일하는 도중 숨이 가파지거나 열이 오르고, 두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네이버 맘카페 '맘스홀릭'에는 '마스크 끼고 숨쉬기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임산부 마스크 숨쉬기 힘들어요' 등 마스크로 인해 숨쉬기 불편하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임신 25주차인 정모(31) 씨는 "그냥 걷기도 해도 숨이 금방 차는데, 마스크까지 끼고 다니면 가끔씩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럽기도 하다"며 "특히 언덕이나 계단을 오를 때는 심장이 터질듯이 빨리뛰어 몇 번씩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단되면서 고충은 더하다.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신청 가능한 보건소 교육은 동대문구 '1대1 모유수유클리닉', 서대문구 '행복한 예비 엄마아빠 출산준비교실' 두가지다.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서울시 각 자치구별로 '영유아 프로그램', '모유수유클리닉', '태교 프로그램', '요가 교실' '가족과 함께하는 임신·출산·육아 교실' 등 70여개에 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 확진 이후 진행된 교육은 6개 뿐이다.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산전검사나 막달검사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다.
하남시에 거주하는 임모(27) 씨는 "임신 7주차에 산전검사 받으려고 보건소에 전화해봤는데 코로나 때문에 1월부터 중단됐다고 하더라"며 "결국 돈 내고 병원에서 받긴했지만, 알고 있던 혜택을 못 받으니 왠지 손해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되도록 집에 머무르되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가 아니라면 KF94 보다 호흡이 편한 KF80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했다. 임신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는 만큼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임신부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은 산모나 태아에게 위험하기 때문에 왠만하면 집에 머무르며 예방을 철저히 하는게 좋다"며 "집에 머무르며 스트레스를 받기 보단 간단한 운동을 하거나 잠깐씩 외출할 경우에는 KF94 보다 상대적으로 호흡이 편한 KF80 같은 마스크를 끼는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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