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 씨, 1·2심 명예훼손 유죄→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명예훼손죄 사실적시 해당 안 돼…위법성도 없어"
"'박근혜 7시간' 밝혀달라는 의견 표현일 뿐"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약이나 보톡스를 했다는 의혹을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시민활동가 박래군 씨 발언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김재형 대법관)는 25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다시 심리하라고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박래군 당시 4.16 연대 공동대표가 지난 2019년 4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 명단 1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4.15 dlsgur9757@newspim.com |
박 씨는 지난 2015년 6월 22일 4·16연대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4월 16일 7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창와대를 압수수색해서 마약하고 있었는지 한 번 확인했으면 좋겠다. 피부미용이나 성형수술 등 하느라고, 보톡스 맞고 있던 거 아니냐 그런 의혹도 있다. 그것도 한 번 확인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 박 전 대통령이 참사 당시 직무수행을 하지 않던 것처럼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박 씨의 이같은 발언이 명예훼손에 판단한다고 봤다. 원심은 "이 사건 발언은 악의적이고 심히 경솔한 표현에 해당,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며 "이 사건 발언이 이뤄진 전체적인 맥락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패하자가 세월호 참사 무렵 마약이나 보톡스를 했고 적절하게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암시해 적시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발언은 허위이고 피고인도 그 허위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이같은 판단과 함께 신고 없이 불법적인 세월호 관련 집회를 개최하고 해산에 불응하는 등 혐의도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은 그러나 이같은 원심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은 "이 사건 발언은 당시 4·16 연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부당성과 박 전 대통령 행적을 밝힐 필요성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세간에 널리 퍼져있는 의혹을 제시한 것으로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발언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발언은 여전히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는 2011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이 발언은 대통령인 피해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상당성을 잃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발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세간의 의혹을 제시하며 '전 궁금합니다',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등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참사 당시 대통령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상당한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명확하지 않으므로 그동안 구체적 행적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대통령 직무수행이 적정한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특히 폭넓게 보장돼야 하는 표현 행위"라고 봤다.
대법은 또 "이같은 발언이 공익 관련성이 크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며 "'마약'이나 '보톡스' 등 표현은 당시 행적을 제대로 밝혀달라는 의견을 강조하고자 사용한 표현"이라고도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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