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모욕죄 인정…벌금 30만원
대법 "사회상규 위배되지 않는 의견표현"…무죄 취지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온라인 기사에 기자를 비하하는 의미의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댓글을 단 행위가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긴 한다"면서도 "이 사건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일반적인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자동차 정보 관련 인터넷 신문사 기자인 피해자가 작성한 기사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자동차 뉴스 '핫이슈'에 게재되자 댓글로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A씨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내리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기레기'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미 비슷한 표현을 사용해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여러 댓글이 게시돼 있었던 점에 비춰, 피고인은 다른 독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댓글들에 동조하면서 이같은 댓글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그러나 이같은 원심 판단에 모욕죄에 관해 잘못된 법리 판단이 있었다고 보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대법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그 글이 동조하는 다른 의견들과 연속적·전체적 측면에서 볼 때,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정에 기초해 관련 사안에 대한 자신의 판단 또는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 표현도 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사 게재 직전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 H자동차그룹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MDPS)'과 관련한 부정적 내용을 방송했고 이 기사를 읽은 상당수 독자들은 해당 방송 내용을 근거로 MDPS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듯한 이 사건 기사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담긴 댓글을 게시했다"며 "이러한 의견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했다고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또 "결국 이 사건 댓글 내용이나 작성 시기, 위치, 이 댓글 전후로 게시된 다른 댓글 내용과 흐름 등에 비춰보면 이 댓글은 그 전후 게시된 다른 댓글과 같은 견해에서 방송 내용 등을 근거로 해당 기사의 제목, 내용, 이를 작성한 기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