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터키의 자본통제 우려가 갑작스레 불거져 신흥시장 우려로 확산되며 22일 세계증시가 하락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나지 아발 전 중앙은행 총재를 해임하고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샤합 카브즈오을루 전 의원을 후임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에 터키 리라는 미달러 대비 15% 급락했다.
작년 11월 취임한 아발 총재는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해 취임 당시 10.25%이던 기준금리를 최근 19%까지 인상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줄곧 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박을 가해 왔다.
뉴욕증권거래소를 바라보는 두려움 없는 소녀상.[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03.10 mj72284@newspim.com |
SEB리서치의 신흥시장 담당 선임 전략가인 페르 하마를룬드는 "터키 당국은 금리정책으로 시장 안정 약속을 지키는 것, 아니면 자본통제에 나서는 것 등 두 갈래길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이 더욱 독재적 방법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자본통제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터키발 불확실성에 유럽증시 초반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0.5% 내리고 있다. 터키 시장에 익스포저가 있는 스페인 BBVA,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 프랑스 BNP파리바, 네덜란드 ING 등 은행주들이 1.6~5.2% 급락 중이다.
앞서 일본 닛케이지수는 터키 소식이 큰 충격으로 소화되며 1.5% 하락했다. 고수익 리라화에 대규모 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 때문이다.
다만 미국증시까지는 여파가 크게 전해지지 않아 미국 주가지수선물은 보합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간 미국 대형 기술주 급락세를 초래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68%로 5bp(1bp=0.01%포인트) 하락 중이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 조치를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한다고 밝힌 후, 은행들의 국채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에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
하지만 연준이 금융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해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낙폭은 제한됐다.
이번 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시장이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에서는 리라화 매수에 나섰던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리하고 또 한 차례 거센 리라화 매도세가 출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일본 엔화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들은 터키발 충격이 신흥시장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0년 리라화 추락 당시에도 파급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상품시장에서는 세계 석유 수요 우려에 지난주 7% 가까이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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