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한일관계·중국견제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靑 "美 대북정책 점검, 한국과 같이 협의하고 있다"
美 국무·국방장관 방한 하루 전 김여정 '강경 발언'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임기를 1년여 남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임기를 마치기 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추진을 원하는 우리 정부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어떤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일관계 개선, 중국 압박정책 동참요구 등도 우리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오는 17일 한국을 방문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최고위급 인사의 방한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는 17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오스틴 국방장관도 17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 18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갖는다.
아직 일정이 공식 확정되진 않았지만 블링컨·오스틴 장관은 방한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도 접견할 예정이다.
김형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에서도 (두 장관의) 대통령 예방을 준비하고 있고, 두 장관이 같이 와서 문 대통령을 예방할 수 있게 일정을 지금 주선해 가고 있다"며 "또 국무장관, 국방장관이 국가안보실장과 따로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2021.03.11 kckim100@newspim.com |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김여정 강경발언까지 나오며 쉽지 않은 형국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방한하는 만큼 이 자리에선 한미 간 주요 현안에 대한 기본방향이 논의될 전망이다. 우리로선 제일 관심이 가는 부분이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인데 아직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김형진 2차장은 이와 관련, "지금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해서 대북정책을 점검하며 리뷰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검토단계에서부터 한국과 같이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한미 간 공조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간 일치된 견해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두 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둔 16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 경고장을 날렸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한미훈련 개시를 맹비난하며 "3년 전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도 "앞으로 4년 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 백악관은 15일(현지사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측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며 북한과의 대화시도가 원활치 않음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관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이웃과 더 큰 범위의 국제사회에 끼치는 증대되는 위협을 다루기 위해 모든 가능한 선택지 평가를 포함해 부처간 면밀한 대북정책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현재 바이든 행정부에서 논의되는 사안을 설명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추진을 위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기용한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한일관계 개선, 중국 견제 위한 '쿼드 플러스' 동참 요구도 정부로선 고민
한일관계 개선 주문도 우리 정부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로 낸 '깨질 수 없는 미일 동맹의 재확인'이란 자료에서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무부는 특히 "어떤 관계도 일본과 한국 간 관계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고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고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중요한 것은 (양국 간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현안에 대해 책임을 갖고 구체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 국무·국방 두 장관이 취임 후 첫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한 것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복원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중국 견제에 우선을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안보협의체 '쿼드'의 첫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신장지구 내 소수인종에 대한 인권 탄압과 홍콩선거제 개편 등 민주적 가치, 남중국해 및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 등의 이슈에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쿼드'의 취지를 분명히 밝혔다.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쿼드 플러스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떤 지역 협력체라도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또 포용적이고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떠한 지역협력체나 구상하고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향후 쿼드가 더 진척이 되고 협의가 진행됨에 따라서 한국에 더 많은 사안들을 알려줄 것 같고, 우리도 그에 따라서 검토를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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