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거론...南 압박
임을출 "한미 회담 앞두고 北 자극 말라는 메시지"
양무진 "한미, 어떤 대북정책 선택할 것인지 경고"
문성묵 "실제 행동하려면 다른 표현 사용했을 것"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대남문제를 총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개시 8일 만에 남한과 미국을 비난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남북군사합의 파기와 대남기구 해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수위높게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방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한미 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뉴스핌 DB] |
◆ 김여정, 南에 "3년전 봄날 어려울 것"...美엔 "잠 설칠 일 만들지 말라" 경고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이날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연합훈련을 실시중인 한국과 미국을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밀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이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콤퓨터모의방식의 지휘소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당국의 동족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불능상태"라며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러한 중대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며 "남조선 당국이 감히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향해서도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다"며 "4년간 발편잠을 자고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4일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 결론을 통해 농업 생산을 늘릴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21.3.5 [사진=조선중앙통신] |
◆ '2+2' 회담 앞두고 '남북군사합의 파기' 거론..."한미 압박이 목적"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 침묵을 이어오던 북한이 블링컨, 오스틴 미 장관의 방한 전날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 주목된다. 담화문을 통해 남한과 미국에 강한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보내온 대북 메시지는 북한 입장에선 상당히 실망스런 내용이었다"면서 "한미 간 '2+2' 회담 등에서 자신들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결과가 나와선 안된다는 경고의 성격도 내포돼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2+2 회담을 앞둔 시점에 담화문을 발표함으로써 한미 양국이 어떤 대북정책을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압박했다"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경고함으로써 한미 모두를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남북 군사합의 파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등을 거론하며 남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다만 "앞으로 남한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하겠다"는 단서를 달며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부부장이 강한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교묘하게 뒷문을 열어놨다"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조평통을 해체하고 군사합의서를 파기하겠다고 언급은 했지만 실제로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검토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 했다면 다른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여지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교수도 "김 위원장이 조평통, 금강산 국제관광국 폐지 등을 실제로 단행할지는 미지수"라며 "행동예고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재확인하고자 하는 한차원 높은 경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