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이달 8~10일 신용대출 3조 급증
신용대출 10일 139조→12일 136조로 꺾여
공모주 청약·당국 대출규제에 신용대출 몰려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3월 들어 신용대출 급등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 개인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을 받아 '빚투(빚내서 투자)'를 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8일 136조4501억원, 10일 139조9972억원으로 이틀 만에 3조5471억원 급증했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이 135조91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지난 12일에는 136조1472억원으로 다시 3조원 가량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이달 12일까지 주담대 잔액은 480조5946억원으로, 지난 2월 말 480조1258억원보다 468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에 주담대가 크게 늘고 신용대출이 줄어든 것과 반대 양상을 보였다.
이달 신용대출 잔액 변동이 큰 데는 공모주 청약 열풍이 있다.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에 63조6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역대 청약 증거금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기간에 마이너스통장에서 자금이 크게 빠져나가면서,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의 10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1조6886억원으로, 이틀 전보다 3조600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마이너스통장의 신규 개설 수를 보면 5대 은행에서 9일 하루에 2346건, 10일에 2539건이 만들어졌다. 앞서 2∼8일 하루 2000∼2200건보다 하루 200여건씩 더 많이 개설됐다.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데는 금융당국이 이달 발표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가수요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3월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기준을 대출자 개인에게 적용하는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DSR 적용지역에 현행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외에 조정대상지역을 포함하는 방안과 DSR 40% 적용 기준 연소득을 8000만원에서 더 낮추는 방안 등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금융위가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40% 규제를 발표하자, 막차수요가 몰리면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일주일만에 1조5000억원 늘어나기도 했다.
이달 초부터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다른 은행들도 대출 한도를 잡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모주 청약이 끝난 이후 일부 대출 상환이 이뤄져 신용대출 증가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당국의 대출 규제 발표가 예고돼 있는 만큼 이달 말 가계대출 집계 상황을 보고 대출 금리인상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