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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1' 쪼그라든 벌크…연임 배재훈 HMM 사장, 사업다각화 '과제'

기사입력 : 2021년03월10일 06:42

최종수정 : 2021년03월10일 06:42

벌크, 안정적 이익 확보 가능…2012년까지 매출 비중 30%
'장기 침체' 컨테이너 위험 분산 효과…지난해 이례적 수혜
하반기 컨테이너 운임 불확실…벌크는 2022년 인도 절벽 예상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배재훈 HMM(옛 현대상선) 사장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10년 만의 적자 탈출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배 사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실적이 컨테이너 운임에 기댄 성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벌크를 포함한 사업 다각화가 배 사장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1.21 alwaysame@newspim.com

◆ 유동성 위기에 2013년부터 벌크 사업부 매각…매출 2조→5000억 '급감'

10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벌크사업에서 542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8.4% 수준이다. 벌크 매출이 2조1644억원이었던 2012년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이다. HMM의 벌크 매출은 2016년부터 5년 넘게 5000억원 내외에 머물고 있다.

HMM의 벌크사업이 쪼그라든 건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한 2013년부터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자구안 요구에 HMM은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벌크선 사업부를 잇따라 매각했다.

벌크선 사업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우선 매각 대상이 됐다. 당시만 해도 HMM은 에쓰오일(S-OIL) 등 국내외 정유사는 물론 한국가스공사, 국내 발전 자회사 등과 대규모 LNG, 석탄 운송계약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신속한 자금 확보를 강조한 채권단의 요구에 HMM은 알짜사업을 사모펀드(PEF)로 넘겼다.

HMM은 벌크사업을 사실상 포기하는 상황이 되면서 컨테이너선에 치우친 사업구조가 됐다.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이 유조선으로 해운업을 시작했을 만큼 벌크사업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뼈아픈 지점이다. 사업부 매각 전까지 벌크 매출 비중도 30% 수준이었다.

벌크는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이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컨테이너선에 비해 시황으로부터 자유로운 고정계약 비중도 높은 편이다.

컨테이너와 벌크 사업비중이 균형을 이룰 경우 위험 분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효율적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로 대표되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공급 과잉의 영향으로 장기 침체에 시달려 온 반면 벌크 운임은 대체로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 탱커선 운임은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특징이다. 컨테이너선 위주의 사업구조에서는 SCFI 시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다만 지난해 HMM은 컨테이너선 위주 사업구조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SCFI가 사상 최대 수준을 연일 경신했기 때문이다. 물동량은 전년 대비 크게 늘지 않은 데 비해 운임 급등으로 이익률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원에 조금 못미치는 9808억원을 기록, 10년 만에 흑자전환과 함께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 지난해 컨테이너 운임 이례적 폭등 하반기 불확실…탱커 국적선사 적취율 28% 불과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배재훈 사장은 올해 사업구조 다각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SCFI가 폭등했지만 하반기 시황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부담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국의 춘절 이후 일부 컨테이너선 운임 조정을 예상했지만 수요가 꺾이지 않으면서 운임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인도 예정 선박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운임 조정 가능성은 낮다. 다만 올해 초까지 이어진 고공행진은 지속하기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컨테이너선 운임은 지난달부터 일부 꺾인 상태다. 지난 5일 기준 SCFI는 2721.94로 2800대 후반이었던 1월 말보다 1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반면 벌크 운임은 장기 운임 상승 전망이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벌크선 순공급량은 전년 대비 5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런 추세는 2022년까지 이어진다"며 "올해 발주도 위축될 경우 수주잔고 소진으로 2022년에는 인도 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HMM이 GS칼텍스와 운송계약을 맺은 것도 벌크사업 강화의 일환이다. 이번 계약은 10년 장기 운송계약으로, 2022년 7월부터 2032년 7월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한국으로 원유를 수송하게 된다.

아직 자금 여력이 부족한 HMM은 GS에너지로부터 배를 빌려 사업을 수행한다. GS에너지가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을 임대하기로 했다. 10년 계약 규모는 6300억원으로 연간 벌크 매출을 넘어서는 규모다.

정부 역시 정유사 등 국내 대형 화주사의 탱커 국적선사 적취율 상승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일반 벌크의 국적선사 적취율이 72.8%인 데 비해 탱커는 28.1%에 불과했다.

컨테이너 사업 내 다각화도 필요하다. 현재는 미주 노선 중심의 사업구조다. 한국의 글로벌 해운시장 점유율이 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다양한 노선을 개발해야 한다. 작년 4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2만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선박 12척을 유럽 노선에 투입하는 등 다른 노선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해운동맹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추가 규모 확대가 절실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후반기에 들어가는 만큼 HMM의 성장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업황 호조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안정적으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사장 연임 여부는 오는 10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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