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 기능 사라진 국회 인사청문회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임명했다. 벌써 29번째 야당의 동의 없는 장관급 임명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여야 협치는 그만큼 멀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속에서 황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 처리했다. 당연히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개의치 않았다. '국민이 선택한 다수의 힘으로 표결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주장을 내걸었다.
황 장관의 임명으로 벌써 문재인 정권에서 야당의 합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공직자가 29명이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물론 이는 법에 따른 것이다. 인사청문회 법상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서 인사청문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할 수 있고 이후에는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심지어 황 장관의 경우에는 다수를 보유한 민주당의 힘으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이같은 법은 야당의 지나친 발목잡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도입의 원래 취지는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 의지를 고위 공직자의 인사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임을 생각하면 아쉽기 짝이 없다.
권력은 외부와의 소통을 멈추고 내부 논리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타락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야당 원내대표였던 이재오 전 의원은 당시 노 대통령이 사립학교법으로 극렬한 투쟁하던 사항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와 직접 소통하고 때로는 야당의 손을 들어줬던 사실을 최근까지 회상하기도 했다.
아무리 풀기 어려운 문제도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하면 해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에는 심지어 여야가 따로 없는 방역, 외교 등의 문제까지도 정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야당 역시 인사청문회의 목적을 적격성 검증보다는 낙마나 상처주기에 두는 모습도 나온다.
여야의 소통 부족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안철수·반기문·윤석열 등 비정치권 인사가 경륜 있는 현실 정치인보다 더 각광받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 역시 문제 해결보다는 정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염증이 원인 중 하나다.
독주하는 여당, 발목잡는 야당은 모두 우리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상이 아니다. 여야가 소통을 통해 난제를 푸는 진정한 정치의 묘를 발휘해야 그 속에서 정치 불신 대신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피어날 수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