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3년부터 공급 예정
시세차익 실현·물량 등에서 한계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지분적립형 주택이 본격적으로 공급될 예정이지만 수요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초기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에도 시세차익을 공공기관과 나눠야 하고 주거 이전에도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택공급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주택시장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 적은 수요·물량... '로또분양 대안' 어려워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오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입주시 분양가를 20~25%만 내고 나머지는 20~30년동안 거주하면서 매달 원리금과 임대료를 내며 갚는 방식이다. 분양과 임대가 결합된 형태로 소유권은 분양가를 모두 납부한 이후에 행사할 수 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자료=SH공사] |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운 점은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단순한 주거공간 확보에 더해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는 수요자들의 특성과 맞지 않는 것이다.
전매 제한과 실거주 요건도 적용돼 수요자들의 선호도를 떨어뜨린다. 공공주택의 경우 전매제한은 최대 10년, 실거주 의무기간 최대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논의절차가 남아있으나 지분적립형 주택도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인만큼 규제가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물량도 충분치 않다. 서울시는 SH공사를 통해 2023년부터 물량을 내놓기 시작해 2028년까지 1만5900가구 등 총 1만7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민영아파트 30만~40만 가구가 분양되는 상황에서 로또분양으로 몰리는 수요를 흡수하고 시장을 좌우할 물량으로는 부족하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분적립형주택은 시세차익을 얻는데 제약이 따르고, 물량도 시장을 좌우할 만큼 많지 않다"면서 "일부 수요는 있겠지만 로또분양의 대안으로까지 자리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무주택 청년 일부 선호 있지만..."전반적으로는 높지 않을 것"
지분적립형 주택이 30·40대 무주택소유자들의 수요를 유인하는 면이 있지만 전반적인 호응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아파트 청약이 과열되면서 가점을 얻기 어려운 30대들은 주택 매수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며 매매시장 오름세를 이끌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9만3784건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3만1372건으로 전체 33.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에서 큰 손 역할을 했던 40대보다 많았다.
가점 항목 중에서 무주택기간, 청약저축 가입기간 등이 길어야 유리해 30대들은 상대적으로 가점 받기가 쉽지 않다. 반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추첨제로 공급할 가능성이 높은데 가점제에 비해 유리하다.
주택 마련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초기 자금마련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전체 분양가의 20~25%만 우선 마련하고, 이후 원금과 시장 금리의 연동된 이율을 갚아 나가는 점도 부담은 덜한 편이다.
일부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지분적립형 주택이 갖는 시세차익 실현의 제약등으로 인해 청년층의 선호도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다른 연령층보다 무주택 청년들에게서 수요는 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자본이익을 얻는데 제약이 있어 전반적인 관심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