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랑, 장욱진 30주기 기념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전 개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의 역할이 다양해졌다. 식구와 시간을 보내는 안식처였던 집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화상 회의가 열리는 사무 공간으로, 육아와 교육으로 이어지는 학교의 기능까지 떠안게 됐다. 코로나19 시대 달라진 '집'의 풍경에서 장욱진의 '집'을 바라보는 시선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현대화랑은 장욱진(1917~1990) 화백의 30주기를 기념해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전을 13일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이자 주제인 집, 가족, 자연을 테마로 그의 대표작 50여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이 후원했으며 일진그룹과 연미술의 협찬을 제공했다.
장욱진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 회화 세계를 펼친 작가다. 특히 그는 일상적인 이미지를 정감 있는 형태와 독특한 색감으로 화폭을 그려냈다. 그는 '나는 심플하다'고 강조했지만 그의 삶의 이상향과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장욱진, 가족도, 1972, 캔버스에 유채, 7.5×14.8cm [사진=현대화랑] 2021.01.18 89hklee@newspim.com |
장 화백의 작품 속 집은 사각과 삼각형의 간결한 형태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 산업화를 모두 겪은 작가의 삶이 작품에도 드러나 있는데 그에게 '집'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가족도'를 살펴보면 집 안에 아버지, 어머니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붙어 있다. 서로의 온기로 집을 따뜻하게 데우는 모습이다. 집 주변에는 나무 두 그루가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고 하늘에는 새가 훨훨 날아다닌다. 자연의 품에서 가족과 함께 따뜻함으로 채워진 집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장욱진에게 '집'은 가족이 함께하는 안식처는 물론이고, 작가의 예술적 영혼이 깃든 아틀리에였다. 아틀리에도 그가 직접 한옥과 정자를 손수 고쳐 만든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집'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사랑의 정서라 고스란히 묻어났을 거란 해석이 따라온다.
작품에는 세월에 따라 그가 머문 '집'의 모습이 포착된다. 1963년 양주 한강 변에 지은 덕소 화실, 1975년 낡은 한옥을 개조한 명륜동 화실, 1980년 농가를 수리한 충북 수안보 화실, 1986년 초가삼간을 개조한 용인 마북동 화실이 그곳이다. 1969년 작 '앞뜰'에는 아내를 위해 덕소에 지은 한옥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장욱진, 가로수, 1978, 캔버스에 유채, 30×40cm [사진=현대화랑] 2021.01.18 89hklee@newspim.com |
1986년 작 '아침'에 등장하는 집은 시멘트 담장을 헐고 토담을 지어 싸리문을 단 수안보의 시골집을 닮았다. 집밖에서 뒷짐을 지고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긴 노인을 그린 1990년 작 '밤과 노인'의 집은 작가가 아내와 둘이 살며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 양옥으로 지은 마북동 화실의 모습이다.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전은 장욱진의 대표작 50여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기회이자 해학과 자유, 순진무구함이 깃든 그의 아름다운 조형 언어를 재확인하는 자리다. 전시를 준비한 현대화랑은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모든 관객에게 집의 소중함과 가족을 향한 사랑, 이제는 잊힌 깨끗하고 아름다운 동화적 세계를 다시 상상하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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