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편집자]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6일 뉴스핌에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협력'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5선 의원인 송 위원장은 21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북방경제협력위원장 위원장,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위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여권 내에서도 최고의 외교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송 위원장은 미국 바이든 시대를 맞아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의 기고문 전문을 소개합니다.
# 기후변화 위기 대응,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축하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미국의 벌거벗은 민낯을 많이 보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이 나에게는 'Make America Greedy Again' 으로 들렸다.
트럼프의 정책 중에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였다. 기후변화 위기는 이미 늦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엘 고어 전 부통령의 <불편한 진실>이란 책이 2006년에 출판됐는데, 14년이 지난 2020년에도 트럼프 정부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지금의 코로나19도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도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보다 무서운 기후변화 팬데믹이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는 핵과 테러보다 훨씬 시급히 대응해야 할 현실적인 위협이다. 다행히 바이든 당선자는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제1공약으로 제시했다. 박수를 보낸다. 문재인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화 선언, 그린뉴딜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좋은 협력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leehs@newspim.com |
필자는 2012년 인천시장 재직 시절 세계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유치했다. 또 21대 국회에서는 기후변화와 그린뉴딜을 연구하는 의원모임을 만들었다. 5선 국회의원으로서 최우선 과제를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전환, 탈탄소 정책에 두었다.
지구 온도를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하는 법안도 제출했다. 21대 국회 첫날부터 1회용 컵과 용품 안 쓰기 운동을 시작했다. 텀블러를 만들어 초선의원들에게 선물했다. 국회 안에서 차 안 타기, 엘리베이터 안 타기, 국회의사당 앞 식당 걸어다니기를 실천하고 있다. 작은 몸짓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인류멸망의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20대인 딸과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걱정말고 결혼해 애 낳고 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찬성하면서도 우선순위가 탈석탄, 탈석유, 탈가스라고 생각해서 에너지믹스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안, 전기저장 장치, 수소 경제의 타당성에 대한 공부, 해상풍력, 소형원자로(SMR), 핵융합 등에 관한 생각들을 다듬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화 목표가 구두선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 가능하도록 이행 플랜을 구체화하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 트럼프 전 정부의 싱가폴회담과 하노이회담 평가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즉 이란 핵합의를 탈퇴한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초강대국 미국의 약속과 책임이라는 신뢰의 문제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그럼에도 6차례 핵실험과 핵보유를 선언한 북한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모순에 가까운 비판을 받았다.
이란 핵합의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던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 내정자와 제이크 셜리번 안보보좌관 내정자로서는 황당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모두가 참여한 국제적 합의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일방적으로 무효화하는 트럼프의 행동은 북한이 깊은 우려를 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 합의한 것들이 미국에 의해 번번이 무산됐다고 여기는 북한으로서는 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탈퇴가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과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북미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고 했던 시도는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러 가지 리얼리티쇼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선위 선제공격 전략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과감한 선제 외교전략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11월 대선 기간 중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국정경험 부족의 소치라고 맹공격을 가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오바마 집권 8년 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명목으로 북핵문제는 방치되됐다. 북미정상회담은 시도되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는 이란 핵합의와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이뤘지만 북핵문제는 제외했다.
필자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러시아특사로 크레믈린을 방문,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인천시장 시절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우호훈장을 받은 관계여서 낯익은 사이였다. 그래서 50분 정도 대담하면서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께서는 북미 간의 직접 대화.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는데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조차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북미 간에 긴장이 고조돼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데 세계 지도자 중 단 한 사람도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대화한 사람이 없다. 푸틴 대통령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을 특사로 보내서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그 이후 실제로 특사를 보냈다.
[영종도=뉴스핌] 이한결 기자 = 미국으로 출국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과 김한정 의원, 윤건영 의원. 2020.11.15 alwaysame@newspim.com |
시진핑 주석도 김정은과의 만남을 외면했다. 북미 간 접촉이 시도되고서야 김정은의 북경 방문이 이뤄졌다.
확실히 직접 만나야 한다. 화염과 분노, 핵단추 크기 논란으로 점증하는 한반도 위기 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한반도 평화외교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
2018년 6월의 싱가폴회담은 역사적인 일이다. 휴전 협정 이후 70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북한 지도자와 미국 대통령이 직접 만나 협정을 맺은 것은 2000년 남북정상이 분단 52년 만에 처음 만나 6·15선언을 맺은 협정과 비견된다. 불량국가 지도자를 미국 대통령이 만나줌으로써 김정은에게 선물을 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을 국제사회에 등장하게 함으로써 북한을 정상국가로 유도하는 문을 열었다고 평가할 만 한다.
싱가폴 협상에 대한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내 보수 세력, 우리나라 보수논객들의 비판이 컸다. 이런 영향으로 싱가폴 합의는 구체적으로 이행되지 않았고 2019년 하노이 2차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최종 비핵화 목표를 합의하고 일정을 '행동대 행동'으로 이행하는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1시간 넘게 대담하면서 하노이회담 실패를 확실하게 이해하게 됐다. 북한의 김혁철과 비건의 실무회담이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것은 김혁철을 비롯한 북한 협상대표들이 재량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못 협상했다가는 모든 책임을 떠안고 숙청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 모든 것을 김정은의 재가를 받아야 가능했던 것이다.
구체적인 실무협의 없이 정상회담에 떠넘긴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이다. 서로가 상대방에 대한 오판으로 합의가 깨진 것이다. 특히 회담 중 미국 국내에서 진행 중인 마이클 코엔(트럼프 개인변호사) 청문회가 더 큰 뉴스의 초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을 체결할 의욕을 상실했고 존 볼턴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반대하는 상황에서 '노딜'로 끝났다.
앞으로 북의 협상대표는 단지 대리인일 뿐이므로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협상한다는 생각으로 서면으로 미리 의견을 제출하고 북측에서 검토 분석하도록 하면서 협상을 진전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스티브 비건은 북핵문제에 대해 어떤 어려움이라도 해결될 수 있고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건은 '왜?' 라는 질문에 "그들도 인간이다(They are also humanbeings)"라고 말했다. 불현듯 황석영의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책이 생각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바이든 행정부, 싱가폴 합의를 승계 발전시킬지 주목
김정은·트럼프의 싱가폴 합의는 김대중·김정일의 6·15 정상선언과 같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싱가폴 합의는 제3항에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 바이든 정부는 싱가폴 합의를 계승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필자는 지난 11월 방미활동 중에 만난 브래드 셔먼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과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 트럼프의 대북정책 중 단점은 보완해야 하지만 싱가폴회담 정신은 계승 발전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싱가폴회담과 4·27 판문점 선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싱가폴회담을 부정하는 것은 북미와 한미 간에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방문 때 바이든 자서전을 사서 읽었다. 바이든 당선자의 삶의 궤적, 철학을 깊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바이든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지지자였다. 바이든의 자서전에 보면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This man>이라고 칭한 최악의 회담사건이 거론된다. 나중에 바이든이 만난 부시 대통령은 "당신의 친구 김대중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가?" 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자사전의 묘사를 인용해본다.
*** 부시 대통령은 몸을 숙여 몇 달 전 집무실에서 한국 대통령과 함께 했던 장면을 재현하듯, 내 무릎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내가 그에게 한 말은 거기 있는 그 작은 공산주의자(북한지도자 김정일)를 믿을 수 없다는 것뿐이었어요'
나는 손을 뻗어 대통령(조지 부시)의 무릎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대통령님. 당신이 그의 무릎을 토닥일 때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시지요. 그는 '내가 거기 있는 작은 공산주의자와 똑같이 보이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시는 김대중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자, 이 햇볕정책은 실패입니다. 우리는 빠지겠어요.'
대통령님, 당신은 분명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한국에서 곤경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게 그가 화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할 때, 부시가 김대중에게 했던 것처럼 "당신의 대북정책은 트럼프와 함께 실패했습니다. 4·27 판문점선언과 싱가폴회담에서 우리는 빠지겠습니다"라고 말할 것 같지는 않다. 바이든 자서전에서 김대중-부시 회담을 지켜본 평가를 볼 때 그러하다. 바이든은 기본적으로 부시나 트럼프와 다르고 오바마와도 차이가 있다. 상원의원으로 38년을 일했고 상원의원 초선 시절 드물게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했고 2번이나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했다. 군사적 압력과 경제제재보다는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선호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자서전에는 부시 행정부 시절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설득한 내용이 나온다.
*** 외교위원회 공화당 동료인 척 헤이글, 리처드 루거와 함께 이란·북한과의 외교 대화를 넓히기 위해 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들은 것에 대해 그녀(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에게 열심히 알려줬다.
Chuck Hagel and Richard Lugar to widen our diplomatic dialoigues with iran and North Korea. I also kept her briefed on what I hearing in Afghanistan***
또 바이든 자서전 내용 중에는 그의 대북정책의 기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도 있다. 필자의 눈에 번쩍 뜨인 대목이다.
***네오콘의 가장 큰 실수는 테러와의 싸움에서 위협과 군사력을 주요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The other big mistake the necons made, I believed, was to use threat and military force as the primary tool in the fight against terror.
루거 상원의원과 나는 북한과 직접 접촉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김정일이 핵무기 제조에 이용할 수 있는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 불가침조약을 목표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게 바로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었다. 나는 네오콘이 '정권교체'를 위협하는 것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마치 카톨릭 신자에게 삼위일체를 부정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았다.
Senator Lugar and I were talking about the need to engage directly with North Korea. We believed the only way to stop Kim Jong IL from producing more weapons grade plutonium was to start talk aimed at a nonaggression pact. That's what he really wanted. I was agitating to get the neocons to refrain from threatening " regime change," which turned out to be like asking a Catholic to renounce the Trinity.(회고록 330페이지 하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북한의 인권문제와 바이든 행정부, 밀고 당기는 기싸움 어떻게 풀까
인권문제는 인류 모두가 향상시켜야 할 공감대적 가치다. 그러나 실질적 인권 개선보다는 인권문제를 주권침해, 정권 타도와 같은 정치적 무기로 남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아이들과 임산부를 비롯해 천만명에 달하는 북한주민들이 영양부족과 결핵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을 구제하는 것을 등한시하고 김정은 정권 타도와 같은 정치적 대북전단 살포에 열을 올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미 대선 직전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상원의원 보좌관 출신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재단 대표와 만찬을 하면서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북한 인권을 바라보는 바이든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도 있어 인용한다.
***"바이든은 북한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북 인권법상의 인권특사를 만들어 북한당국과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 바이든의 구상이었다. 1999년 11월 미 대선 당시만 하더라도 케리가 당선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부시가 당선돼 대북인권특사를 잘못 선정했다. 수백만 달러를 쓰면서 서울에 와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일만 하는데 그쳤다. 북측을 방문하거나 당국자를 만나지도 않았다. 아쉬운 일이다. 인권 문제가 북한을 공격하는 주제로만 활용돼서는 안된다."***
최근 필자가 대표발의한 남북관계발전기본법 개정안(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통과를 둘러싸고 국내 보수야당과 언론, 그리고 미국의 일부 의원과 시민단체가 연일 비판적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주요 미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한반도 전문 미국 인터넷신문 38 North에 기고도 했다. 일부 미국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탈북자 출신 지성호 의원, 태영호 의원 등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경도돼 오해와 편견이 많이 확산됐다.
군사분계지역의 공개된 대북전단살포 행위가 북한당국의 감시를 엄격하게 해서 오히려 북중 국경을 통해 북한에 실질적인 외부 정보 유입과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중론이다. 제3국에서의 전단 배포나 USB 살포 등은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모든 살포 행위가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동법 제24조 제1항에는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된다'라는 조건이 있다. 즉 국민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에 한해서 처벌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표현의 자유 제한 원칙으로 판결을 통해 확립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과 같은 원리다.
우리나라는 법률적으로 전쟁상태다. 즉 휴전상태다. 아직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 북한정권 타도를 선동하는 대북전단은 일종의 심리전의 일환으로 평가될 수 있다. 로버트 갈루치, 1994년 제네바회담 미국 대표의 VOA 인터뷰 내용처럼 민감한 지역에서 대북전단살포 행위는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반하는 대북정책의 문제로 봐야 한다.
미국은 쿠바 난민, 이라크 망명자 등의 일부 의견을 자기 입맛대로 청취해 대쿠바, 대이라크 정책을 추진하다가 매번 실패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다수 탈북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보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일부 유명 탈북자들의 영웅주의적 과장된 발언을 중심으로 대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동맹 존중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 못지않게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이 보장된 대한민국의 국회 입법을 간섭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모순이 될 것이다.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이라크 파병에 앞서 국회대표단으로 바그다드를 방문, CIA가 선호했던 이라크 망명 정치인 찰라비와 만나 대화한 적이 있다. 그의 판단의 신빙성이 의심됐다. 바이든도 나와 똑같은 입장을 자서전에서 피력한 바 있다.
***바이든 청문회 발언
'이라크의 전략적 위치, 막대한 석유매장량, 이라크 국민의 고통 등을 감안할 때 우리는 독재자를 혼란으로 대체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라크에서 독재자를 제거한다면 결국 대혼란만 남는 비극이 될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내의 어느 누구와도 실제로 대화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라크 망명자인 아흐메드 찰라비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사담 후세인 무기 프로그램의 실행가능성에 대한 증거를 조작했고, 미군이 이라크 국민들 사이에서 널리 환영받을 것이라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럼즈펠드, 체니, 울포위츠가 찰라비의 정보를 통째로 사들였다는 은밀한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가장 한탄할만한 것은 이라크에서 지지층도 없는 망명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 북미대화와 한미협력
바이든의 대선기간 선거구호 중 하나가 <Restore the soul of America> 이다. 아메리카의 영혼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정신도 회복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경제 군사적 이익동맹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법의 지배 등과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가치동맹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터무니없이 요구하고, 주한미군 감축 협박 등으로 주한미군을 용병수준으로 취급하는 트럼프 정부의 동맹 폄하정책에서 진정한 가치동맹으로 한미동맹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 이후 첫 공식행사가 필라델피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헌화로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해 11월 필자가 워싱턴 방문 당시 한미동맹 지지결의안이 미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 12월 정기국회 때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전문가다. 미국의 어떤 전문가들보다 더 우리가 북핵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실질적인 생명과 이해가 걸린 당사자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에서 적어도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고 미국을 설득해 나가는 자주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미동맹의 정신을 '같이 갑시다(Go Together)'로 표현하는데 필자는 이에 덧붙여 역할분담(Role of Division)을 강조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가 모두 보조를 맞추어 할 수 없다. 상호 역할분담을 통해 한미간 시너지 효과가 나오도록 북핵문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자주적 관점에서 한미협력관계를 견인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소련과 함께 한반도 분단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냉전체제의 한축을 담당했던 국가로서 냉전시대의 마지막 잔재를 해결해야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1965년부터 75년까지 10년간 전쟁을 치렀던 미국과 베트남이 1995년 국교수립을 통해 베트남이 사실상 친미동맹국으로 변화된 것처럼 미국은 북한과 국교수립을 통해 북을 친미국가로 만들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감한 행동과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축구공 핵가방에서 단추를 눌러 핵미사일을 발사하여 전세계 어느 나라라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슈퍼파워 미국의 책임과 신중한 자세를 강조한 바이든의 이야기를 자서전에서 옮겨본다.
***나는 군사전략전문가인 엔서니 코데스먼의 청문회 마무리 마지막 발언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이 전쟁에서 경솔하게 움직이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스미르나 출신 시인 비온이 2000년 전에 언급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린 소년들은 장난으로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지만 개구리는 장난으로 죽지 않고 진정으로 죽는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고 안락의자에서 결정할 일도 아닙니다."
"To be careless about this war,to me, would be a disaster. I am reminded of a quote about two thousand years old by [Bion of Smyrnal] 'Smail boys throw stones ar frogs in jest, bur the frogs do not die in jest; the frogs die in earnest.' This not a game, and it is nor something to be decides from an armchair"]***
(※참고로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의 이 기고문은 피렌체식탁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