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 변경시 화주 손실…실제 변경 사례는 아직 없어
보험료 역시 안정적…외교문제 얽혀 있어 불확실성은 지속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선박 나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다른 선박의 추가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분위기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항로 변경 등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유조선 선박 '한국케미호' 2021.1.4 kebjun@newspim.com |
◆ 솔레이마니 사망 1주기 맞아 긴장감…항로 변경시 화주 부담 불가피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의 벌크선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붙잡힌 이후 일부 화주들이 해운사들에 우회항로 이용 등을 문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나포 이후 우회 비용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항로를 변경할 경우 비용이나 기간적인 측면에서 화주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 우회항로가 적용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현지시간) 디엠쉽핑 소속의 석유화학제품 벌크선인 '한국케미'를 나포했다. 이란 당국은 혁명수비대가 해양 오염을 이유로 한국케미호를 붙잡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주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역시 작년 11월 한국선급(KR)의 검사를 완료해 선체 결함으로 인한 해양오염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역은 이란 군부 실세였던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 사망 1주기를 맞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해당 지역은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는 지역인 동시에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연간 190여척의 국내 선박이 1700회 가량 해협을 통과하고, 한국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70% 가량이 이 해협을 지나오는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 위험지역 보험료 변동 없다…외교문제 얽혀 있어 불확실성은 지속
다만 업계는 현재까지 다른 선박의 추가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지역을 지나는 선박에 부과하는 보험료가 현재까지 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중동지역 등 위험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기본 보험료 외에 별도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한다.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거나 해적이 출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해운사들은 해당 지역을 지날 때마다 1회성으로 보험료를 지불하게 되는데, 역내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보험사는 해운사에 즉각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통보한다. 2019년 오만해 인근에서 일본, 노르웨이 국적 유조선이 피격됐을 당시에는 보험료가 3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보험료는 배의 종류나 영업 규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현재까지는 보험사에서 위험지역에 대한 보험료를 올린다는 소식은 없다"며 "추가적인 위험이 크지는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주들이 선박 항로 변경에 대해 문의하고 있지만 실제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이 사실상 이란의 외교적 목적으로 발생한 만큼 추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이란에 붙잡혀 있는 선박 문제는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평소에도 해적들이 많은 지역이지만, 이번 사태는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현지에 파견된 정부 대표단은 이란 외교당국과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귀국할 예정이다.
해운업계 역시 담당 부처인 해수부에 억류 해제를 요청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나포된 선박의 사법절차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제재를 어기면서까지 이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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