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예술가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
'서양미술을 통해 본 악의 이미지'를 파헤친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우리 주변에 미술 작품을 관람할 기회는 점점 늘지만 비전문가로서 작품을 풍부하게 이해하지 못 했다는 마음에 스스로 아쉬울 때가 있다.
신간 <예술가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가>는 미술에 관심이 있는 비전문가도 서양 미술사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게 차분히 안내한다.
서양의 집단 무의식이 예술가들의 작품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설명하면서 위대한 예술가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서양 정신의 민낯을 우리에게 펼쳐놓으며 서양 미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2021.01.08 sunup@newspim.com |
물론 요즘은 미술 작품을 이해할 때 보는 사람 마음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저자 채효영은 예술가가 속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미술 작품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서양미술 작품에 나타난 악의 이미지를 죽음, 자연, 여성, 광기, 전쟁 등 5가지 주제로 나눴다. 작가는 작품 해설을 통해 인간성의 어두운 심연으로 독자를 이끈다.
<최후의 심판>, <모나리자> 같은 유명 작품과 더불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소벨 릴리안 글로그의 <마녀와 기사의 키스> 등을 악의 이미지를 통해 해설한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예컨대 이런 것이다.
"<최후의 심판>에서 지옥의 루시퍼는 왜 인간을 아래로 내보내는가?"
"<모나리자>의 서늘한 미소는 왜 남자들에게 공포를 주었을까?"
저자에 따르면 죽음, 자연, 여성, 광기, 전쟁 같은 주제들은 인간을 신에 버금가는 존재라고 여기는 서양에서 근본적인 공포이자 악으로 여기는 것들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에서 미술사와 사진사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서양미술사 강의>, <사진학의 이해>가 있고 여러 편의 미술사 관련 논문을 썼다.
챕터 별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서양문화 속 기저에 자리 잡은 공포를 엿볼 수 있다. '죽음을 향한 충동'이 영원한 안식보다 공포의 대상으로서, 악으로서 자리 잡은 사회상이 작품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양 철학에 친숙하다면 소개하는 작품이 기존 사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채효영 지음 | 가나출판사 | 316쪽 | 1만6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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