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사 통해 소회 밝혀..."바람직한 방향 제시 위해 노력"
"위원회에 대한 불신의 시각 있지만 허물어 나갈 것"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는 위원회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정신화두를 놓지 말라는 죽비소리로 여겼습니다. 아직은 미진하지만 앞으로 나갈 더 많은 일, 가능성을 눈여겨 봐주길 희망합니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31일 '다시 첫 다짐을 추스릅니다'라는 제목의 송년사를 통해 지난 11개월 간의 준법위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2월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지형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위촉식에 참석해 있다. 2020.12.18 yooksa@newspim.com |
김 위원장은 "위원회를 처음 시작하며 삼성이 준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이 경영 본연의 일에 최고 역량으로 매진한다면 초일류 기업으로 더욱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이를 위해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을 위원들과 가졌었다"며 "정성을 다하려고 했고 위원들과 한 번 논의를 시작하면 일고여덟 시간을 끄떡없이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은 '오너 리스크'가 있었고 이를 '그룹 차원의 준법 이슈'로 삼고 관계사들의 후원금 지출, 내부거래 등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감시했으나 다 해소되지 않았다"며 "계열사 이슈로는 각 사의 준법감시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주된 논의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준법의제로 승계·노조·소통 세 가지를 삼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승계'와 '노조'는 삼성의 금기어였지만 위원회가 이를 깼다"며 "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과 7개 관계사에 권고의견을 냈고 이 부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대국민 발표를 했고 예상을 뛰어 넘는 파격 변화를 다짐하는 약속을 내놨다"고 회고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과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재판이 끝나도 위원회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이는 진행형으로 삼성 최고위 경영자와 회사 측의 의지이거나 총수 개인의 양형과 맞바꾸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일일 수 있다"며 "이 부회장 본인과 앞으로 삼성의 역사가 증명해 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어쨌든 변화를 향한 걸음을 이미 시작했다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승계 문제에서 파생된 지배구조 개선 의제가 가장 더디게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어려운 사안이고 복합적인 조건이 얽혀 있는 예민한 사안이라 급하게 다루지 않겠다면서도 미룰 일은 아니라고 했다.
위원회 활동 가운데 힘들었던 일에 대해서는 '삼성 안팎의 날 선 시선'을 지목했다. 위원회는 재판에서 유리하게 쓰기 위해 급조한 '겉치레 면피용' 꼼수라는 비난과 '삼성의 최고 권력기구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심리위원들 사이에서도 위원회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혹평을, 일부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새해에는 위원회가 놓치고 있거나 부족했던 점들을 개선하는 일에 착수, 불신의 벽을 허물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원회에 주어진 소임을 성공적으로 이뤄낼지는 자신하지 않지만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겠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한 가지 입장으로만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삼성 준법위는 내년 1월 21일 새해 첫 정기회의를 가진 후 26일에 업무협약을 맺은 삼성의 7개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7개 관계사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전날 진행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자리에서 "준법감시위 위원들과 정기적으로 뵙고 삼성에 대한 질책을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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