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간 주식거래 은폐…양도소득세 탈루 혐의
"조세포탈 고의·증거 없어 범죄 성립 안해…1심 정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총수일가 간 주식거래를 은폐해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 구본능(71) 희성그룹 회장 등 LG 총수일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3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회장 등 LG일가 대주주 14명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 혐의로 기소된 LG그룹 재무관리팀 임원 2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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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타워 [사진=LG] |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재무팀 여러 직원의 진술, 증권회사 직원 진술에 의하면 당시 주식매도를 요청한 대주주들은 단지 자신의 주식을 거래소 시장에 처분해 일정한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며 "자신의 주식을 누가 매수하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매도주주와 매수주주 사이에 거래 상대방·수량·가격 등 거래조건에 관한 사전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며 "거래소 시장 내에서의 경쟁매매는 시스템에 따라 계약체결 자체가 거래 상대방과 가격 등이 자동적으로 체결되는 매매행위"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주식 거래와 관련해 거래소 시장의 경쟁매매를 특수관계인 간 매매로 보기 어렵다"며 "경쟁매매의 본질이 침해됐거나 특정인 간 매매로 전환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무팀 임원들에 대한 조세포탈 범죄사실을 모두 범죄의 성립이 없는 경우로 봐 무죄로 판단한 1심은 정당하다"며 "이들이 조세를 포탈했음을 전제로 양벌규정에 따라 공소제기된 나머지 대주주들도 무죄"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구 회장에게 벌금 23억원, 그의 여동생 구미정 씨에게 벌금 12억원을 구형했다. 다른 총수일가에 대해서도 각 벌금 500만원~4억원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임원 김 씨와 하 씨에게는 각 징역 5년 및 벌금 200억원, 130억원을 구형했다.
반면 구 회장 등 LG 측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해당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할 수 없고 주식 거래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LG 재무팀은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LG상사 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 대주주들의 주식을 LG그룹에 매각하는 주식거래를 담당하면서 제3자에게 주식을 매도한 것처럼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주식매매가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해당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20% 할증된 금액으로 신고해야 함에도 재무팀 임원들이 이를 누락해 약 156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구 회장 등 대주주들을 재무팀 주식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재무팀 임원들과 함께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해당 주식거래 행위가 특정인 간 매매로 보기 어려운 점, 당시 재무팀이 할증 평가액에 따른 양도소득세 납부의무가 발생한다고 인식하기 어려운 점, 대주주로부터 조세포탈을 지시·승인받았다는 증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