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내 첫 크리처 장르물 '스위트홈'에서 이진욱이 제대로 연기 변신했다. 그동안 주로 정제된 멋을 표현해왔다면 이번엔 달랐다. 거부감이 들 정도의 충격적인 비주얼과 불우한 과거를 지닌 심판자로 화면 앞에 섰다.
이진욱은 극중 편상욱 역을 맡아, 이전의 그를 알던 사람들에게 아주 낯설게 보이는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22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이진욱 자신도 제안을 받고 고개를 갸웃했을 정도라고 했다.
"제안을 받았을 때 조금 의아했어요. 원작을 봐서 이런 캐릭터가 있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전에 맡았던 배역과는 차이가 있어서요. 바로 제가 떠오르는 캐릭터는 아니어서 궁금했죠. 그럼에도 도전은 해보고 싶었어요. 일단 이응복 감독님 작품이고 '스위트홈'이란 작품이어서요. 처음에 '제가요?' 했다가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변했어요. 하하. 감독님 얘기를 들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저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싶단 의지가 있었거든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출연한 배우 이진욱 [사진=넷플릭스] 2020.12.24 jyyang@newspim.com |
이응복 감독, 그리고 '스위트홈'. 제작 당시부터 초특급 흥행 웹툰을 원작으로 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진욱 역시 이런 유명세에 끌렸을 법 했다. 그래도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인간의 욕망이 괴물로 표현이 돼서 괴물로 바뀐단 설정이 어디서도 못봤던 거였어요. 그렇게 멸망을 향해 간다는 세계관이 독특하고 인간의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죠. 상욱을 하게 되면서 더 큰 도전이 됐고요. 하하. 사실 연기변신이란 게 배우가 가진 기본적인 캐릭터가 있어서 그 변화 폭이 크기도 어렵고 많은 분들이 잘 봐주시기도 쉽지 않아요. 일단 캐스팅 단계부터 난관이죠. 결심한다고 무조건 가능한 것도 아니고요. 캐스팅 되고나면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되는 거예요."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이진욱은 외적인 부분부터 내면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기괴한 헤어 스타일, 얼굴과 상체를 뒤덮은 화상 자국, 동물같은 움직임, 자극에 대한 반응까지. 모두 그의 고민과 노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감독님도 편상욱을 생각하면서 저를 떠올리시고 캐스팅해서 찍으려 한 건 굉장한 용기와 도전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상의를 많이 했고, 원작에서 상상되는 인물과는 다르게, 더 드라마틱하고 작품에 도움이 될 만한 캐릭터로 변화시키려 했어요. 한번 여쭤봤는데, 저한테 그런 면을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상상이 안되는 배우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화면에 나와서 상욱이를 연기하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고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요. 그 말씀을 듣고, 그렇다면 노력해보겠다고. 그리고 여기까지 왔죠.(웃음)"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출연한 배우 이진욱 [사진=넷플릭스] 2020.12.24 jyyang@newspim.com |
특히 '스위트홈'은 크리처 장르물이란 독특한 명칭답게, 여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과격한 액션신과 장면도 다수 나왔다. 이를 준비하면서 상욱 역의 이진욱은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를 물었다.
"상욱이 액션은 굉장히 투박했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걸어온 삶 자체가 고통 뿐이었고 삶에 대한 미련도 없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겪다가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투박하지만, 상대방을 끝까지 제압한다는 느낌으로 만들어 나갔죠. 개인적으로 악인에게 심판을 내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망치로 내리찍는 장면이 극중 흐름에서도 통쾌하기도 하고 편상욱 캐릭터를 고민한 배우로서 약간의 해소가 되기도 했죠. 하하. 그 순간의 에너지를 위해서 타격하는 느낌을 가져가려고, 상대와 좀 하기도 했고요."
연기변신이라는 말이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이진욱은 상욱 역을 연기하면서 다른 감정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역을 하면서 멋이라는 기준이 약간 변한 느낌"이라고 지난 촬영을 돌아봤다.
"통상적으로 해온 역할의 멋스러움과는 완전히 다른 역이었죠. 그래도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이라 또 다른 멋이 있어요. 확실히 통쾌함은 있었죠. 악인을 사정없이 벌하는 통쾌함이랄까요. 하하. 현실에선 여러 사회규범과 법과 도덕의 문제가 있잖아요. 누가 생각하는 극악무도한 악인이라도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맞는데, 안그런 역을 해보니까 그야말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어요. 그 전에는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간단하고 깔끔하게 처리했다면(?) 여기선 아주 무자비하고 처참한 죽음을 선사하죠. 시원했어요. 표현에 제한이 없어서 자유로움이 있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출연한 배우 이진욱 [사진=넷플릭스] 2020.12.24 jyyang@newspim.com |
'스위트홈'을 보고 난 뒤, 시청자들은 상욱이 괴물이 되지 않은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하기도 했다. 이진욱 역시 "욕망이 없어서 괴물화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 저도 그랬다"면서 다수의 해석에 동의했다. 동시에 시즌2 제작 가능성과 출연에 은근히 기대감을 드러냈다.
"상욱이는 욕망이 없을 수밖에 없는 과거를 거쳐왔어요. 어린 나이에 방화범에게 가족을 잃고 그를 죽이게 되면서, 그때 인간성이 끝났죠. 그 뒤로는 인간이 아닌 것 같이, 괴물처럼 살면서 욕망이라는 게 생기지 않은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기대감이나 삶에 대한 미련도 전혀 없죠. 마지막에 상욱이 괴물이 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저도 궁금해요. 자세히 보시면 흉터가 사라지거든요. 그게 상욱이가 아닌 건 확실한데, 어찌된 일인지.(웃음) 그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상욱이 아닌 캐릭터가 나올 것 같아요. 시즌2가 꼭 제작이 됐음 좋겠네요. 아직 보여드릴 게 많거든요."
'인간은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는 설정은 '스위트홈'의 세계관을 결정짓는다. 이진욱 역시도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어떤 욕망을 가졌는지 스스로를 돌아봤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해외의 뜨거운 반응 덕에, 이제야 그는 조금씩 K-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하고, 기대하게 됐다고도 털어놨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하지만 유일한 욕망이죠.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인간 이진욱으로서는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굉장히 강했어요. 비행기 타는 걸 지금도 좋아해요. 환상적이죠. 욕망으로 인해 변한다면 괴물보다는 새가 될 것 같아요. 하하. 해외에 공개된다는 사실은 크게 와닿진 않았는데, 여러 주변 분들과 기자분들이 먼저 말씀해 주시니까 지금에야 좀 기대가 돼요. 한국 드라마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공감을 얻고 좋아해주시네? 정말 신기하죠.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하셨던 감독님 말씀이 정말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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