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임대 물량 47% 증가, 금융위기 때보다 많아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재임대 물량은 148%나 늘어
[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미국 사무실 재임대 공급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재택근무가 팬데믹 이후에도 고착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 사무용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임대료가 내려가거나 사무실 리노베이션 요구 등 임대사업자가 불리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사무실 재임대 공급 물량이 인터넷 거품 붕괴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추세는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세일즈포스 등이 재택근무를 확대함에 따라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관련 자문업체인 그린스트리트어드바이저의 다니엘 이스마일 오피스시장 분석가는 "포스트 팬데믹에 경기가 완전히 되살아난다해도 뉴욕 등에서 사무실 수요는 10%~15%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추세를 "동전이 뒤집히는 것과 같은 부동산 시장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사무실 재임대 공급은 도시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대비 급증했다. 이에 임대료가 내려가거나 사무공간의 리노베이션 요구 등을 임대사업자가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무실 시장이 가장 큰 뉴욕의 경우 재임대 사무실이 현재 거의 1800만평방피트(167만제곱미터, 50만6000평)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50만평방피트가 증가한 것이다.
부동산중개회사 세빌스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의 재임대 물량 1630만평방피트보다 많고 올해 초에 비해서 46.8%나 증가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첨단기술업체의 산실인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은 9월까지 재임대 물량이 무려 148%나 폭증했다. 핀터레스트는 50만평방피트 임대를 취소했고 트위터도 10만평방피터 사무실공간을 재임대 시장에 내놨다.
사무실 등 기업의 부동산관련 자문사 베스티언의 마이클 실버 회장은 "기업들의 사무공간 수요는 팬데믹 이전의 1/2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베스티언 자체가 재택근무로 100% 전환했다. 실버 회장은 미국 재임대 사무공간은 현재의 3억평방피트(843만평)에서 2억평방피트(562만평)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사무용 부동산시장이 전면 개편됐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부동산 중개회사 CBRE의 줄리에 웰란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연근무가 상설화되고 기업들의 선택 폭이 넓어져 사무실 공간에 대한 수요는 이전 같지 않다는 것이 이번에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로 사무실 공유 사업을 하는 위워크(WeWork) 같은 기업들은 치명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의 스카이라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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