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나선 기업 무패행진...자금 몰려
상승장서 유증은 호재로 작용
유증 활발...공매도 금지도 한 몫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최근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기업들이 속속 유상증자에 성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 날개를 달고 있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수가 늘면서 주주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기업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상승장 속에선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다보니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들이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지난 7일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률 결과 100.27%를 기록했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유증 소식후 코스피가 소폭 조정받았음에도 전날까지 닷새동안 2.4% 상승했다.
두산퓨얼셀도 최근 3360억원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지난 7~8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률 결과 109.96%를 기록했다. 두산퓨얼셀은 이번 조달한 자금을 수소연료전지 생산라인 증설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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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의 모습. 2020.09.22 dlsgur9757@newspim.com |
두산퓨얼셀 주가는 유증 소식 후 지난 7일부터 전날까지 일주일 사이 11% 가량 상승했다. 7일 연속 상승세를 타며 주가행진에 나서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차입금 상환이 아닌 성장을 위한 시설 투자 위해 유상증자를 한 것이어서 시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2조5000억원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는 대한항공도 상승세다. 대한항공은 최근 유상증자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유상증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주가는 이달 들어 7.8% 올랐다. 통상 기업 인수합병(M&A)시 피인수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대신 인수 기업은 재무적 부담으로 주가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상승장속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포스코 2차전지소재 사업을 맡고 있는 포스코케미칼도 지난 11월 초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포스코케미칼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11월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포스코케미칼 유증 소식 이후 사흘 동안 주가가 하락하더니 곧 반등에 성공하며 지난 한달 동안 12%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도 주가는 16% 오르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올해 기업들의 유상증자는 대체로 수월하게 성사되는 분위기다. 증시호황으로 기업들 대부분이 큰 주가하락 우려없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는데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일반청약에서 시세보다 싼 실권주를 살수 있어서다.
특히 기업들이 차입금 상환이 아닌 장기시설 투자 목적이 주된 이유여서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자금이 부족하고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기도 해 주가에 악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공매도 금지도 기업들의 유상증자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 희석 우려가 있어 공매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내년 3월까지 공매도가 금지돼 기업들 입장에선 유상증자에 나서기 적합한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시 부채비율 증가로 재무상황이 나빠지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적절히 섞어 실시하고 있다"며 "요즘처럼 증시나 주가가 고공행진할때는 기업들이 먼저 자금이 많이 유입되는 유상증자를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