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여성들, '지금 아이를 낳는 것은 머저리'라며 비난"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당국이 11월 16일 어머니절을 맞아 다출산 여성들에 특별식량을 공급하는 등 여성들의 다출산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당국이 중앙방송을 통해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이야말로 자녀들을 키워 나라에 바친 당의 충신이며 모성영웅'이라고 요란하게 선전하면서 다출산 여성들에 특별식량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보기 위해 나온 평양시민들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어머니절을 맞아 평안남도 은산군에서는 아이를 3명 이상 출산한 여성들에 어머니절 기념 명절물자가 공급됐다"면서 "다출산 여성들이 당의 배려라며 특별 공급받은 물자는 1인당 옥수수 15kg과 현금 5000원"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당은 그러면서 '다출산 여성들을 적극 따라 배워 모든 여성들도 자녀들을 많이 낳아 조국 앞에 떳떳한 어머니로써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주민들의 생활고가 악화되는 가운데 당국이 어머니날 명절에 다출산 여성에게만 식량을 차별 공급하면서 여성들의 다출산을 강요하는 행태를 두고 주민들은 '아이를 낳으려 해도 먹을 게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도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와 자연재해로 인해 동네사람들 모두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당국은 어머니날 명절에 식량을 일부 다출산 여성에만 공급하면서 여성들의 다출산을 강조하고 있다"며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여성들에게 다출산만 강요하는 당국의 행태는 여성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국이 어머니날 아침부터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도 많고 눈물도 많은 어머니들에 열렬한 축하를 드린다는 빈말 선전을 늘어놓고 있지만 여성들은 '지금 같은 세월에 아이를 출산하는 것은 자살행위이며 일등 머저리'라는 말을 하면서 아이 낳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다출산 여성들에게 식량 등 어머니절 특별 국가물자를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중앙의 지원 없이 지방 자체로 예산을 마련해 식량과 현금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이번 특별물자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