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부채상환·고용·R&D 지출은 과세대상서 제외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정부가 2022년부터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자가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유사법인'의 유보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개인유사법인은 개인사업자와 달리 최고세율이 25%(개인사업자 42%)에 불과해 과세형평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4일 기획재정부는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도입 취지 및 설계방안'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개인유사법인이란 개인사업체를 법인으로 전환해 상대적으로 고율인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는 사업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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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사진=기획재정부] |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법인 중 1인이 지분을 100% 보유하는 1인 주주법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의 경우 1인 주주법인이 5만개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28만개로 6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1인 주주법인은 개인사업자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현행 과세제도에서는 법인으로 간주돼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근로소득자와 개인사업자는 각각 최고 42%의 소득세를 내지만 법인세율은 최고 25%에 불과해 세부담에 차이가 있다.
이에 기재부는 기존 법인들 중에서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자가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유사법인을 대상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유보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일정 조건이란 ▲배당가능한 소득의 50% 및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하는 유보소득 보유 ▲초과 유보소득 중 당기 또는 향후 2년 이내에 투자·부채상환·고용 등을 위해 지출·적립한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유보소득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임대료 수입만 있는 '임대업 A법인'이 법인세 차감 후 소득 4억2000만원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은 경우 앞으로는 배당간주금액 2억1000만원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 출연료 20억원, 임대료 10억원이 있는 '기획사 H법인'이 법인세 차감 후 20억원의 소득을 얻고 이를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는다면 소득의 절반인 10억원이 과세대상이다.
다만 임대업 A법인과 기획사 H법인이 유보소득을 투자나 부채상환, 고용, 연구개발(R&D) 등을 목적으로 지출하거나 적립한 경우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법인의 경영 활동을 위해 이 같은 목적의 지출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배당으로 간주해 먼저 과세된 금액에 대해서는 향후 실제 배당을 할 경우 배당소득에서 제외된다. 임대업 A법인과 기획사 H법인이 각각 2억1000만원, 10억원을 1년 후에 배당할 경우 배당시점에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재부는 "향후 정부는 적극적·생산적으로 경영 활동을 하는 법인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업계 및 전문가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적극 반영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