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국내 동영상 트래픽 규모 3.5배 급증
SKB "일반이용자는 물론 CP도 이용료 내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국내에서 소비되는 동영상 트래픽 규모가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넷플릭스 서비스 이후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동영상 트래픽양이 급증하고 있지만 콘텐츠를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한 책임은 인터넷제공사업자(ISP·Internet Service Provider)에만 부과되고 있다는 통신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무료로 자사 통신망을 이용하며 얻은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맞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올 3분기 동영상 트래픽 양은 7377.4테라바이트(TB)로 5년 전인 2015년 4분기(2112TB)보다 약 3.5배 증가했다. 분기별로 특정일을 선정해 해당일이 속한 일주일 동안의 트래픽 규모를 측정한 결과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1월 7일 국내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5년간 국내에서 OTT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동영상에 사용되는 트래픽 규모는 연 평균 30%씩 늘어난 셈이다.
OTT 시장 자체가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OTT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지위는 경쟁사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공고하다. 지난 8월 안드로이드 사용자 기준 넷플릭스의 월 활성이용자(MAU)는 2위 사업자인 웨이브(wavve)의 1.9배. 전체 동영상 트래픽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동영상 트래픽이 급성장하면서 '망 이용대가를 받겠다'는 ISP와 '소비자에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은 전적으로 통신사 책임'이라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Contents Provider)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망 품질'을 놓고 벌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사이 행정소송이 2심을 마치고 3심으로 넘어간 가운데, 망 이용대가를 사이에 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민사재판도 지난달 30일 시작됐다.
국회도 지난 5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넷플릭스의 무임승차를 막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시행령은 점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지난 9월 공개한 시행령 초안에는 일정 기준을 넘은 부가통신사업자는 매년 1월말 서비스 안정 조치 이행현황을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을 앞둔 최근 수정본에는 연간 보고의무가 '과기정통부 장관이 서비스 장애 및 중단시 서비스 안정성 판단을 위해 부가통신사업자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측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면서도 현재 해당 내용을 논의 중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망 이용대가를 두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CP와 최전선에서 갈등 중인 SK브로드밴드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고 채무도 없다"며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첫 변론에서 SK브로드밴드가 반소(反訴)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SK브로드밴드 측은 이날 변론에서 "인터넷 시장은 양면 시장으로 CP도 일반 인터넷 이용자와 마찬가지로 망을 이용한다면 대가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에서도 법원 판례를 통해 ISP가 CP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이번 소송결과가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를 규정할 선례가 될 수 있어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맞소송에서는 넷플릭스가 무료로 통신망을 이용하며 얻은 경제적 이익에 대해 구체적인 금액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결국 SK브로드밴드만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 KT는 자사 인터넷(IP)TV에 넷플릭스를 PIP(플랫폼 인 플랫폼)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무상으로 캐시서버를 설치해 트래픽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LG유플러스는 제휴 효과도 톡톡히 봤다. KT는 아직 관련 협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KT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ICT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전선을 확장하는 만큼 IPTV에서 양사의 제휴 가능성은 더 멀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