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망명 신청 및 승인 건수도 대폭 줄어
전문가 "북러 상호 협정과 유엔 제재때문"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러시아가 지난 9년 간 탈북민 단 1명만을 난민으로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의 비영리 인권단체 '시민지원위원회'는 최근 공개한 '러시아 내 북한 난민 상황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1명의 탈북민만 난민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삭주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018년 8월 북한 평안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북한 국적자수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총 207명으로, 2011년 67명에서 2019년 4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난민지위를 신청한 북한 국적자 207명 중 러시아에서 난민 지위가 인정돼 영구적으로 러시아로 망명한 북한 국적자는 2011년 단 1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2011년부터 2019년 사이에 북한 국적자의 임시망명 신청 건수와 승인 건수도 꾸준히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북한 국적자의 임시망명 신청 건수는 43건에서 2019년 20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승인 건수도 2016년 23건에서 2019년 12건으로 줄었다.
또 러시아 내 임시망명 신분인 북한 국적자 수도 2016년 77명에서 2017년 75명, 2018년 56명, 2019년 49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해 4월 25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진행 중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보고서 "러시아·북한 정부, 탈북 원하는 北 노동자 통제 강화"
보고서는 이같은 현상의 이유가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2016년 체결한 '북러 불법 체류자 상호인도협정'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협정 체결 이후 러시아 당국의 비협조로 북한 국적자들이 망명 승인을 받는 게 더 어려워졌다"며 "러시아 내 다양한 인권단체와 유엔 기구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의 비협조로 인해 북한 국적의 노동자들의 망명은 지속적으로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국적자가 러시아에서 임시망명 등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보장받기는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양국이 맺은 구체적인 관련 협정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인권단체들은 "불법 입국 사실이 확인된 북한 국적자를 30일 안에 추방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러시아 현지인과의 결혼, 자유 세계에 대한 동경, 북한 체재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한 이유로 탈북을 시도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러시아 및 북한 정부가 북한인들의 임시망명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신욱 동아대 교수는 RFA와 인터뷰에서 "임시 망명 신분인 북한 국적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 북러 불법 체류자 상호인도협정 뿐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호응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러시아 정부의 북한인 임시망명 신청 거부는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러시아와 외화벌이를 원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에 나타난 2015~2019년 러시아 내무부와 연방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국적자수도 2016년 3만6472명에서 2019년에는 1만6012명으로 줄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