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에게 수수료 몰아주기…경영권 승계
"해외계열사에 대해 과징금 부과한 최초 사례"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신발 제조업체 '창신그룹'이 해외계열사를 이용해 오너 2세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창신그룹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385억원을 부과하고 그룹본사 '창신INC'를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창신그룹은 신발 브랜드 '나이키' 제품을 위탁제조(OEM)방식으로 제조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창신INC가 해외 생산법인 3개사, 국내 계열사 11개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창신그룹 지배구조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2020.10.13 204mkh@newspim.com |
또한 지난 2004년 1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서흥'은 창신INC 지분을 46.18% 갖고 있는 대주주로 그룹오너인 정환일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94.42%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오너2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창신INC를 중심으로 한 창신그룹 계열사들이 서흥을 부당지원한 것이 핵심이다.
창신그룹 해외생산법인 3개사는 나이키 신발 제조에 필요한 자재 중 국내 생산 자재를 서흥에 위탁구매하고 있다.
또한 서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난 2011년 6월부터 창신INC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었다. 지난 2012년 서흥의 유동성이 악화되자 창신INC는 자회사에 지시해 지난 2013년부터 서흥을 부당지원했다.
구체적으로 창신INC는 지난 2013년 5월 해외생산법인들에 구매대행 수수료를 7.2%p 올릴 것을 지시했다. 수수료 인상으로 서흥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6 6월까지 약 305억원을 더 지급받을 수 있었다.
해외생산법인들은 완전자본잠식, 영업이익 적자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3년간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수수료를 서흥에 지급했다. 내부불만도 있었지만 그룹 본사인 창신INC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다.
창신그룹과 서흥의 거래구조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0.10.13 204mkh@newspim.com |
사건 지원행위로 서흥은 영업이익률, 자산규모, 이익잉여금 등 재무지표가 급격히 개선됐으며 창신INC 주식을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랐다. 이에 공정위는 서흥에 대한 지원으로 경쟁상 지위를 부당하게 제고해 시장에 경쟁제한 효과를 발생시켰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정위는 이사건 지원행위가 창신그룹 경영권 승계와도 연결된다고 봤다. 부당지원으로 창신INC의 2대주주가 된 서흥이 추가 매입으로 최대주주가 된다면 자본금 5000만원으로 연매출 1조원이 넘는 창신그룹의 경영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창신그룹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85억1800만원을 부과했다. 이번 일을 주도한 창신아이앤씨는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중견기업집단이 높은 지배력을 보이는 시장에서 위법행위를 확인·시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지원행위에 동원된 해외계열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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