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사임하지만 등기임원 등은 유지
"차입금 부담 해소·제약사업 경쟁력 강화"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한국콜마 오너 2세인 윤상현 부회장이 HK이노엔의 상장을 앞두고 한국콜마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국콜마의 재무구조 개선를 위해 HK이노엔 상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다만 윤 부회장은 등기임원 및 캐나다콜마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경영 관여는 지속한다. 한국콜마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면 전환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셈이다.
◆대표직 내려놓은 오너 2세...지배력 변화는 無
10일 한국콜마에 따르면 윤상현 한국콜마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7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에 이달부터 한국콜마는 안병준(화장품 부문), 이호경(제약 부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 [사진=한국콜마] 2020.10.08 hrgu90@newspim.com |
윤 부회장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윤 부회장은 한국콜마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면서 ▲한국콜마 및 한국콜마 홀딩스 사내이사(등기임원) ▲한국콜마홀딩스 이사회 의장 ▲캐나다콜마 대표이사 등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룹 내 영향력은 변화가 없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인사는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의 상장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방편이다. 한국콜마는 현재 내년도 HK이노엔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거래소는 계열사 대표이사 겸임 금지를 상장 심사 요건으로 두고 있다. 이에 윤 부회장은 지난달 HK이노엔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윤 부회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30.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HK이노엔 상장 전 투명성 확보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윤상현 부회장은 전체 그룹 경영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의 대표직 사임이 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다른 오너 2세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사장은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한다.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콜마 그룹 내에서 연간 매출액 3위로 손꼽히는 계열사로 한국콜마홀딩스 매출의 9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0.08 hrgu90@newspim.com |
◆HK이노엔 상장 왜 속도내나...재무구조 개선 목적
윤상현 부회장이 HK이노엔 상장을 서두르는 것은 한국콜마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한국콜마는 지난 2018년 4월 HK이노엔을 1조31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인수자금의 69%인 약 90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상장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차입금의 이자비용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콜마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장기차입금은 약 5939억원,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약 1843억원에 달한다.
상장을 통해 HK이노엔에 추가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콜마가 제약사업부문을 IMM에 매각하면서 그룹 내 제약 포트폴리오는 유일하게 HK이노엔을 통해 유지하게 됐다. HK이노엔은 본래 한국콜마의 손자회사였으나, CJ헬스케어와 CKM 합병을 통해 자회사로 격상됐다.
한국콜마는 올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다. 매각 대상인 제약사업부문 및 콜마파마를 실적에서 제외한 탓이다. 한국콜마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555억원, 5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13.9% 감소했다.
한편 한국콜마는 HK이노엔 상장을 위해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JP모건을 선정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HK이노엔의 밸류에이션이 1조3000억원에서 2조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HK이노엔의 매출액은 5236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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