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하기만 한 '자체등급분류'에 뒤늦은 '사후관리'
한 해 게임 50만건 출시...모니터링단 230여명 불과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모바일 게임이 또다시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공격 마케팅을 일삼는 해외 게임이 아닌 국내 게임이란 점에서 사회 파장이 컸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빠르고 편리한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논란은 중국발(發) 모바일 게임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8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왕이되는 자(퍼블리셔 'CHUANG COOL ENTERTAINMENT)'와 2019년 출시한 '왕비의 맛(37게임즈)'이 대표적이다. 이들 게임은 자극적인 광고와 콘텐츠 내 선정성 논란으로 광고 삭제 및 등급 변경이 이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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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아이들프린세스' 홍보 자료 캡처] |
당시엔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하려는 해외 퍼블리셔의 엇나간 전략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자체등급분류제도'의 허점이다. 이 제도는 게임 개발사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통해 빠르게 등급을 부여받고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제도인데, 심의 당시 게임과 실제 서비스하는 게임 콘텐츠의 차이까지 살필 수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자체 등급분류에서 12세(애플), 15세(구글) 이용가 등급을 받은 모바일 육성형 게임 '아이들프린세스'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용자가 '아빠'가 돼 딸을 직접 키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령을 수집하고 육성한다는 콘텐츠 짜임과 어린아이의 발랄함을 닮은 여자 캐릭터만 보면 합당한 등급이나, 출시 후 20일간 서비스된 콘텐츠는 전혀 달랐다. 국내 게임 개발사인 '아이앤브이게임즈'는 논란 후 게임 등급을 18세로 수정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체등급분류제도를 건드리기보다 게임 등급을 관리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사후 관리'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게임위는 논란 때마다 "모니터링하며 살피고 있었다" "모니터링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입장만 보였다. 이에 사후관리 책임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은 계속 늘어나는 데 모니터링단 규모와 전문성은 부족하다. 매년 일자리 창출식으로 꾸려지고 해산하는 모니터링단으로는 꼼꼼한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실시간 혹은 하루 단위 관리 감독이 가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임위는 지난해 장애인 및 경력단절 여성으로 구성된 200명의 모니터링단을 꾸렸다. 올해는 30명이 증가한 230명으로 구성됐다. 자체등급분류로 서비스 되는 게임물은 한 해 약 50만건이나, 모니터링 요원 한 명이 하루에 검토하는 게임물은 3건 상당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위의가 발표한 '2019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에 따르면, 2018년 위원회에서 수행한 게임물 모니터링은 모바일 게임물이 6만 5933건으로 전체의 82.5%를 차지했고, 온라인 게임은 1만 4016건(17.5%)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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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2019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 |
게임위 사후관리 우선순위가 인기·대작 게임류 및 포커류 게임물 등에 집중된 것도 문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아이들프린세스'는 8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22위, 원스토어 매출 순위 63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별도의 신고가 없었다면 실시간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게임이 출시되면 원칙적으로 사후관리 대상에 포함되나 첫 사후관리까지 구체적인 평균 기간은 없다"면서 "제보나 민원이 들어오면 모니터링 우선순위로 구분되는 정도며 논란이된 아이들프린세스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이 게임의 등급분류 변경 신청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등급분류사업자를 통해 업체들이 직접 게임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이다보니 게임위의 사후관리 중요성이 매년 커지고 있다"면서 "게임위에서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모니터링단 요원이 출시 게임 수보다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