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오는 11월부터 개정안 실시...기준금리 적용
"은행 신용대출 금리보다 턱없이 높아"지적
일부 증권사, 지난달 금리 인하 실시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금융위원회가 다음달부터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금리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하자 증권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증권사의 대출금리가 높아 낮추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신용거래 융자 대출 금리 산정 개정안을 오는 11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자, 증권사들은 고객 등급별 금리 구간을 조정하는 등 세부작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 모범 규준에 따라 회사별로 이자율을 산정해 왔다. 이달 금투협이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증권사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새롭게 산정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증권사들은 선제적 금리 조정이 가능해 각사별 상황에 맞게 조율 중이다.
신용융자는 증권사가 주식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돈을 말한다. 그동안 증권사 대출 금리는 조달금리에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를 더해 산출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8.27 kilroy023@newspim.com |
수신기능(예금업무)이 없는 증권사들은 고객 대출을 위해 자기자본 조달이나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써왔는데, 이때 반영되는 조달금리 대신 기준금리(시장금리)를 적용하라는 게 이번 개선방안의 핵심이다. 코픽스 금리(COFIX: 8개 국내은행이 시중에서 조달하는 정기예금, 금융채 등의 평균조달비용을 가중평균해서 산출한 기준금리)를 사용하는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 신용융자 거래 비중은 단기 대출이 높은 편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각사별 차이는 있지만 대략 30일 이하 단기금리는 4~7%대, 91일 이상 장기금리는 7~11%대를 매기고 있다.
이번 금융위의 '증권사의 대출금리 산정 개선 방안'에 따라 증권사들은 다음달부터 제각각인 조달금리 대신 기준금리를 사용해 매달 대출금리에 반영해야 한다. 가산금리도 원칙적으로 매달 재산정해야 하고, 자세한 금리산정 내역도 대출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업종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여·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와 증권사 대출 금리를 비교하는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런 방침이 결코 '빚투'(빚내서 투자)현상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올 상반기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규모도 급격히 늘었다. 그때마다 증권사들은 신용공여와 주식담보 대출 중단 등을 통해 수시로 대출규모를 조절해 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증권사 대출 금리가 낮아지게 되겠지만 최근 빚투 문제는 더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더욱이 은행과 자금조달 방식이 다른데 이런 특수성이 무시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이용자와 증권사 대출 이용자 수요층이 엄연히 다르다"며 "증권사 신용융자는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고객들이 간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측면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앞서 지난 8월 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서울 여의도에서 증권사 사장단들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대출금리의 투명화에 대한 필요성을 첫 언급하자,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지난달 일찌감치 신용융자 금리를 한차례 낮추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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