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가와사키병 진단 환아 지난달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판정 번복
"면역글로불린 제제 투여해 합병증 없이 퇴원"
[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소아·청소년 중 2명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MIS-C)이 나타났다. 지난 6월 방역당국은 이 두 명 중 한 명에 대해 가와사키병이라고 판단했으나, 최근 결론을 뒤집었다. 이 환자가 실시간유전자증폭검사(RT-PCR)에서 코로나19 음성으로 나온 후 재검사에서 항체가 나와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기관염증증후군 판정을 받았던 환아 두 명은 현재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한 상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사진=윤창빈 사진기자] |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은 5일 역학조사와 실험실 검사, 전문가 회의를 거쳐 국내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 중 2명이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지난 4월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보고된 특이 사례다. '코로나19 어린이 괴질'로 불리는데 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이 발열, 발진과 2개 이상 장기 손상 등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판정받는다. 가장 많이 침범하는 장기는 위장, 심장 등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첫 사례인 11세 남아 A군은 지난 1~3월 필리핀에 머물렀고, 이어 올 4월 29일부터 5월 11일까지 발열과 복통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A군은 지난 5월 25일 보고된 이후 코로나19 실시간유전자증폭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 당국은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아니라 가와사키병이라고 판단했지만, 판정 이후 시행된 코로나19 항체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오면서 지난달 28일 결론이 뒤집혔다.
가와사키병은 5세 이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급성 열성 발진증으로, 관상 동맥에 염증이 일어나 온 몸의 혈관으로 염증이 번지는 질환이다.
두 번째 사례인 12세 남아 B군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아 지난 8월 19일부터 9월 1일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에도 발열과 복통 증상이 나타나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 다시 입원 치료를 받았다.
국내 방역당국은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 38℃ 이상의 발열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고, 염증이 두 개 이상의 다기관 장기를 침범해 입원이 필요한 중증 상태 ▲염증의 원인이 되는 다른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을 것 ▲현재 또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의 증거가 있거나, 발병 전 4주 이내에 코로나19에의 노출력이 있을 것 등 3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되는 경우를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의 사례로 정의한다.
국내에서는 이날까지 7명이 의심사례로 신고됐고, 이 중 2명이 전문가들로부터 다기관염증증후군에 부합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는 염증증후군이거나 패혈증 유사증상, 가와사키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은화 서울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이날 질병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코로나19에 감염된 급성감염기보다 2~4주가 경과된 시점에서 나타난다"며 "4개 학회가 함께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놓치지 않고 찾아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어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중증이어야 하고, 2개 이상 기관을 침범해야 하며 코로나19 노출력이 있거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기관염증증후군 환아 2명은 초기에 진단을 받아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받고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치료는 면역글로불린(항체) 제제나 스테로이드 제제를 각각 단독으로 혹은 함께(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외에 다른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국내 환아들의 치료에 쓰인 면역글로불린은 혈액 내 면역반응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항원과 결합해 침입한 바이러스를 파괴하고 소멸시킨다.
최 교수는 "두 사례는 치료 중에 신고된 경우라 초기 진단됐고 치료도 아주 빨랐다"며 "심각한 합병증 없이 퇴원했으며 퇴원 후 경과도 양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이후 발생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발생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 935명이 다기관염증증후군 판정을 받았고 이 중 19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는 79명의 환자 중 1명이 사망했고, 영국에서도 78명이 확진돼 2명이 사망했다.
allze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