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대부분 열악한 주거환경·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
'고독사' 예방 대신 '고립생'에 초점 맞춰야…고립 막는 것 우선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1. 지난달 18일 서울 강서구 모 임대아파트에 살던 A(67) 씨는 숨진 지 일주일여만에 발견됐다. 경찰은 '일주일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숨져있는 A씨를 발견했다. A씨 집에 우유를 배달하던 배달원이 일주일 치 우유가 배달 주머니에 쌓여있는 것을 보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알린 뒤 이뤄진 신고였다.
#2. 지난달 15일 경기 파주시 한 원룸에서는 60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지난 14일 '썩은 악취가 난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숨진 지 한 달여가 지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각지대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올해 8월까지 임종을 지키는 이 없이 홀로 죽음을 맞고, 시신을 수습할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대비 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취약계층의 죽음마저 고립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26일 전남 장흥 행복드림노인요양원에서 주신기 어르신이 광주·완도·장흥에 있는 3남 4녀 등 가족들과 '나를' 앱을 활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KT] 2020.09.28 abc123@newspim.com |
3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14~2019년 상반기 무연고 사망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무연고 사망자는 총 1만692명에 달한다. 2014년 1379명이었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5년 1676명,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지난해 상반기 136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했다. 공영장례 단체인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대비 약 30%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체감적으로 무연고 사망자 수가 확실히 늘었다"라며 "지난주 금요일이었던 9월 25일에만 11명의 무연고사망자 공문이 왔다"라고 전했다.
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은 대부분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한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에서 홀로 죽음을 맞은 46명 중 70%에 해당하는 32명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이들은 주로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 열악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46명 중 18명(40%)는 아예 거주지가 없는 상태였다.
무연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50~60대 초반의 남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7월 무연고 사망자 중 40명(87%)이 남성이었고, 50~60대 초반이 54.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박 상임이사는 "50~60대 초반의 중장년층은 정부 혜택이 늘어나는 65세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라며 "그 이전의 중장년층은 심각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연고 사망자 중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하는 '고독사'는 공식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로 고독사 현황을 추정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고독사 고위험군인 사회적 취약계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독사에 대한 사후적 예방이 아닌, 고독사에 이르기 전까지의 고립된 삶에 초점을 맞추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복지개발원은 '고독사'라는 표현 대신 '고립사'라는 표현을 제안하고 있다. 고독한 죽음을 예방하는 소극적 대처에서 벗어나, 한 개인이 고립돼 살아가는 '고립 생(生)'을 개선하도록 지원해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향상해 전반적으로 고립된 죽음을 줄이자는 취지다.
영국에서는 생애 주기에 따라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임신과 초년기, 아동기와 청소년기, 근로 활동기, 은퇴 및 생애 후기 등으로 구분해 관계 지향적 사회여건을 조성한다. 지역사회 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커뮤니티 카페나 정원 등을 만드는 식이다. 또 영국의 공공보건 서비스인 국민건강서비스(NHS)는 환자들이 요리 교실, 걷기 클럽, 예술 집단 등과 같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사례를 본따 우리 사회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박 상임이사는 "홀로 죽음을 맞은 뒤 시신이 방치돼 주변 이웃 등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홀로 맞을 죽음을 걱정하는 사람들 간 함께 장례를 준비하고 또 다른 관계를 만드는 커뮤니티 활성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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