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사우디·캐나다 국부펀드 관심
앤트그룹 공모주청약펀드 최단 시간 최대 판매량 기록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10월 중국 A주와 홍콩증시 상장이 유력한 앤트그룹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전 세계 유력 국부펀드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제몐(界面)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ADIA), 싱가포르투자청(GIC), 캐나다연기금운용회사(CPPIB) 등 세계 10대 국부펀드 가운데 절반이 앤트그룹의 A주 상장 전 지분투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 세계 5대 국부펀드, 앤트그룹 A주 프리IPO 참여 경쟁
앤트그룹은 지난 8월 25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과학기술주 시장 커촹반(科創板·스타마켓)과 홍콩증시에 동시 상장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으로, 연간 이용자 10억 명을 보유한 결제서비스 앱 알리페이와 세계 최대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공고한 시장 입지, 혁신성, 기술력 등을 인정받아 자본시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앤트그룹의 A주 프리IPO 참여 의사를 밝힌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자산기준 세계 3위 국부펀드다. 자산 규모가 5800억 달러에 이른다.제몐은 ADIA가 신중한 전략에 기반한 장기투자자로 유명하며, 합리적 가격의 성장 잠재력이 큰 투자 대상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투자청(GIC) 역시 세계 6대 국부펀드로 자산규모가 4530억 달러에 이른다.
앞서 11일엔 로이터와 홍콩 SCMP가 중국사회보장기금, 싱가포르 테마섹과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앤트그룹 투자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사회보장기금은 앤트그룹 커촹반 상장의 코너스톤 투자자로(cornerstone investors) 확정됐다. 코너스톤 투자란 기업공개(IPO)에 앞서 공모가 확정전에 일부 지분을 배정받는 대형 기관투자자를 가리킨다.
이 밖에 싱가포르의 테마섹과 사우디 국부펀드(PIF) 역시 앤트그룹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테마섹은 세계 7위, 사우디 국부펀드와 중국사회보장기금은 각각 8위와 9위의 국부펀드이다.
자산규모 기준 세계 10대 국부펀드 가운데 중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캐나다 등 5대 기관이 앤트그룹 A주 프리IPO에 뛰어든 셈이다.
홍콩거래소와 상하이 커촹반 모두에 상장하는 앤트그룹 공모주 투자 가운데 유독 A주 부문에 해외 국부펀드들의 관심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제몐은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커촹반 시장에 대한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설립된 커촹반은 기존 A주와 달리 각종 상장 규제를 대폭 완화해, 중국 유망 과학기술 및 첨단산업 기업 상장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국산화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파운드리 기업 중심국제(中芯國際∙SMIC)도 7월 커촹반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여기에 앤트그룹까지 가세해 커촹반은 중국 첨단기술 기업 상장의 메카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A+H 동시 상장 주식의 경우 통상 A주의 가격이 높은 것도 외국 기관이 앤트그룹의 A주 프리IPO에 더 관심을 갖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주전신 루스금융연구원 집행원장은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홍콩과 본토에 모두 상장된 주식은 A주의 밸류에이션이 더 높은 경향이 강하다. 앤트그룹도 상장 후 홍콩거래소보다 상하이 커촹반의 가격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점에서 외국 국부펀드가 커촹반 상장 앤트그룹 종목에 높은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가 확정된 중국사회보장기금 이외 다른 해외 국부펀드가 앤트그룹 상장 전 지분투자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 주식 전문가들은 고위험 자산을 멀리하고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펼치는 세계 유력 국부펀드가 앤트그룹에 투자한다면 더 많은 장외 자금을 A주로 유입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국부펀드들의 안정적 장기투자를 추종하는 시중 자금이 늘면서 커촹반 시황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국내 개인투자자 쏠림, 공모펀드 사상 최단기 최대 판매량 기록
앤트그룹의 상장에 대형 기관투자자들 외에 중국 국내 개인 투자자의 열기도 뜨겁다.
화샤(華夏), 중어우(中歐), 이팡다(易方達) 등 5개 펀드회사가 출시한 앤트그룹 공모주청약펀드는 25일 새벽 판매 개시 2분만에 10억 위안이 팔려나갔다. 1시간 후 5개 앤트그룹 공모주펀드 판매금액은 102억 위안으로 공모주펀드 사상 최단기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25일 오전 10시 기준 해당 공모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120억 위안에 육박했다. 공모펀드 속도와 규모에서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앤트그룹의 A+H주 발행계획과 커촹반의 공모주 배분 관계를 기초로 이번 앤트그룹 공모주 배정 비율이 50%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캉(賈康) 화샤펀드 연구원 수석경제학자는 "커촹반 상장 규모 100억 위안 이상의 기업들은 통상 공모주 배당 비율이 높다. 징후고속철(京滬高鐵·베이징-상하이 고속철)과 중국광핵(中國廣核·원자력 발전기업)도 각각 48.9%와 50%에 달했다.앤트그룹이 공모주 배당 비율을 높여 대형 종목 상장으로인한 시장의 유동성 압력과 충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앤트그룹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30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초대형 우량주인 앤트그룹 신주로 대규모 유동성이 흡수되면 증시 전반의 침체가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