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지서 발송은 증권사 법적 의무사항
"주소지 변경 등 방법 이용하는 것도 요령"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 아내 몰래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A(35)씨는 최근 난처한 경험을 했다. 아내가 자신의 주식투자 사실을 알고는 불같이 화를 냈기 때문이다. 주변 동료들의 갖은 노하우로 비밀투자를 하고 있던 A씨는 아내가 집으로 날아온 '주주 배당 통지서'를 본 사실을 알았다. A씨는 거래증권사 영업점에 연락해 "배당금 통지서를 수취하지 않을 테니 보내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현행법상 배당금 통지서는 의무적으로 발송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한국예탁결제원에 요청하면 배당금 통지서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쪽에도 문의했으나 수취 거부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당사자가 원한다면 적어도 통지서를 이메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가족들 몰래 '비밀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배당금 통지서 탓에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행법상 배당금 통지서는 투자자가 수취 거부할 수 없고 이메일 발송도 어려워 시대착오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현행 상법 제363조 제1항은 '주주총회 참석통지서, 배당금 지급통지서, 신주(유상증자)배정통지서 등은 주주로서 권리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발행회사에서 주식사무대행기관을 통해 의무적으로 발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문제는 같은 법상 주주명부에는 이름과 주소만 기재하도록 돼 있어 배당금 통지서 수령이 우편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적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우편 외에는 배당금 통지서를 보낼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로 인해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더라도 배당금 통지서로 주식 투자 사실이 들통 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불편을 호소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식 투자자 B(39)씨는 "배당금 통지서뿐만 아니라 각종 증권 관련 서류가 우편물로 오다 보니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투자 내용까지 걸린 적이 있다"며 "전자증권 시대에 오히려 간단한 행정절차는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증권사에도 관련 항의가 끊이질 않지만 별다른 해결방안이 없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배당금 통지서 발송 기간이 되면 각 영업점에 통지서 수취 거부를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친다"며 "이 경우, 주소지 변경 등을 안내하고는 있지만 워낙 문의가 많아 응대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에 따라 배당금 통지서를 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부터 배당금 통지서 대신 홈페이지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배당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처럼 우편통지 대신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닌 각 기업에 자율적으로 맡겨져 있다.
또 배당금 통지서 수령 주소를 변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족들 몰래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 배당금 통지서 수령 주소를 자신의 근무지로 바꿔놓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증권 관련 통지서에 기재돼 있는 명의개서대행사에 요청하면 주소 변경이 가능하다. 일부 투자자는 주소지를 일부러 잘못 적는 방법으로 배당금 통지서를 받지 않기도 한다. 주소지가 불분명하면 해당 통지서는 '수취인불명'으로 처리된다.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은 투자자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 배당금 통지서 등의 이메일 발송 시스템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우편발송이 원칙이기 때문에 앞서 명의개서대행 3사가 지난해 금융당국 현장점검 시 법개정 및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건의한 바 있다"며 "정책당국에서도 다각적인 방향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