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크기 확대'…그래도 파우치, 각형 3분의 1 수준 불과
'배터리 반값' 목표…"구체성 떨어지지만 업계 자극은 될 것"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 직후 국내 배터리 업계는 '소문난 잔치에 없을게 없다', '앙꼬없는 찐빵' 등 혹평을 쏟아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이날 연례 주주총회 및 배터리 데이를 열고 4680 배터리를 도입하고 향후 3년내 배터리 원가를 현재의 56% 수준으로 낮춰 2000만원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4680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새롭고 큰 원통형 배터리셀은 기존 제품 대비 5배 더 많은 에너지, 6배 더 많은 출력, 16% 더 긴 주행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핌=김나래 기자] 2020.09.23 ticktock0326@newspim.com |
배터리 양산 청사진도 내놨다. 2022년까지 연간 100GWh, 2030년 3TWh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에 대해 혁신 기술도 없었고 배터리 제조비용을 낮출 수 있는 근거로 건식 공정, 실리콘 음극재, 하이니켈 기술 등을 언급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이다. 생산량 확대 역시 2030년까지 3TWh로 늘리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재 LG화학이 올해 연말 110GWh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기술 관련 머스크가 '하이니켈'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세계적 기술력을 인증해준 셈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머스크가 전고체배터리를 언급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면서 "'혁신가'로 알려진 머스크도 아직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LG화학 리튬황 배터리, SK이노베이션 리튬메달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라면서 "3사가 갖는 포트폴리오가 전 세계 배터리 발전의 미래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테슬라의 전지 수직계열화 계획으로 기술 및 수급에 대한 주도권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행사로 소멸됐다"며 "오히려 국내 전지 업체의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4대그룹 총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사진=뉴스핌DB) |
배터리의 기술적 부분에서 테슬라의 4680 배터리도 진일보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앞의 숫자 2개는 지름을, 뒤의 숫자 2개는 길이를 뜻한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mm, 길이 80mm로 늘린 원통형 배터리라는 의미다.
기존 배터리는 파나소닉과 LG화학으로부터 공급받아온 2008년 1865에서 2017년 2170로 진보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 다른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는 각형이나 파우치형과 비교해 크기가 상당히 작다"면서 "테슬라가 배터리 크기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그렇게 해도 각형, 파우치형의 3분의 1 또는 2분의 1 수준의 크기"라고 꼬집었다.
다만, 향후 3년내 배터리 원가를 현재의 56%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업계도 상당한 의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개발에서 집중하는 부분이 주행거리를 늘리고 가격은 낮추는 것"이라며 "2년 후에 반값이 된다는 테슬라의 선언이 이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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