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자회사 성장에 주가 분할 공시일 대비 67%↑
올 들어 제이콘텐트리·KCC 등 물적분할 발표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사 소식 이후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LG화학의 이번 결정으로 정작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의 주식은 한 주도 소유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사업 분리가 석유화학 중심의 LG화학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과거 물적분할을 단행한 기업들의 현 주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이전에 물적분행을 결정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에코프로와 CJ ENM 등이 거론된다.
에코프로 최근 3년간 주가 흐름 [사진=네이버금융] |
환경 및 전지소재 업체인 에코프로는 2016년 2월 양극소재 사업 전문화를 위해 2차전지 소재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에코프로의 2차전지 사업부문 분리 공시가 나온 당일 회사의 주가는 전날 대비 5.91% 급등한 1만750원에 마감했다. 분할 소식이 나온 이후 이틀간 주가가 10% 넘게 급락한 LG화학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분할공시일 사흘 뒤 주가가 10%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에코프로는 분할 발표 이후에도 꾸준히 1만원선을 유지했다.
2차전지 소재 사업부문이 분리돼 신설된 에코프로비엠이 상장한 지난해 3월 에코프로의 주가는 4.8% 떨어진 3만700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올 초 2만원 초반선에서 거래됐으나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이 시장에서 전기차 시장 성장 수혜주로 주목 받으면서 함께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날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1.54%(800원) 내린 5만1300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분할 공시일 대비 무려 67%나 상승했다.
CJ ENM(당시 CJ E&M)도 에코프로와 비슷한 시기에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CJ ENM은 2016년 2월 드라마 본부를 물적분할 및 신설법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설립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CJ ENM 측은 물적분할을 통해 우수작가 확보와 제작역량 내재화를 통한 드라마 경쟁력 강화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후 스튜디오드래곤은 같은 해 5월 1일 설립됐으며, 2017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물적분할 공시가 나온 당일 CJ ENM의 주가는 전장 대비 4.69% 급등한 19만2100원을 기록했으며, 스튜디오드래곤의 상장이 상장한 당일에는 20만6300원을 나타냈다. CJ ENM의 주가는 스튜디오드래곤 상장 후에도 19만~20만원 초반선을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물적분할 이슈와는 무관하게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부진과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조작 의혹 등의 악재가 겹치며 CJ ENM의 주가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영화 및 콘서트 매출 감소, TV광고 시장 위축 등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CJ ENM은 전장 대비 1.63%(2400원) 하락한 14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와 달리 분할 공시일 대비 약 24.6% 하락했다.
이밖에 올해 물적분할을 발표한 기업으로는 제이콘텐트리, KCC 등이 있다. 제이콘텐트리는 지난 6월 1일 장 마감 후 지식재산권(IP)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설된 제이콘텐트리스튜디오는 드라마투자 사업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사업 등을 영위하게 되며 제이콘텐트리는 지주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공시가 나온 다음 날 제이콘텐트리의 주가는 3.63% 상승한 3만1400원에 마감했다. 물적분할 소식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KCC는 지난 17일 실리콘 사업부문을 분할해 'KCC(케이씨씨) 실리콘(가칭)'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날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체결 결정을 공시했다. 이 같은 소식에 당시 KCC의 주가도 7.12% 급등한 15만8000원을 기록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LG화학은 오는 10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승인을 거친 후 12월 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LG화학의 주가는 회사가 배터리 사업 분사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온 16일부터 양일간 11% 급락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과 달리 증권업계에서는 LG화학의 물적분할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물적분할은 배터리 지배력 희석화에 따른 가치 감소 보다 재무부담 축소와 고속성장에 따른 배터리 가치 상승 효과와 거래소 프리미엄 상장을 통한 주주가치 상승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