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모두'의 범위 확대…반려견과 관람하는 전시 시도
25일 유튜브에서 성용희 학예연구사 직접 설명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개판이 된 미술관. 미술관에 개가 침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반려견과 함께 볼 수 있는 전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을 마련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국립현대미술관 휴관이 장기화되면서 오는 25일 유튜브채널을 통해 공개한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지며 코로나 사태 심각 수준에 따라 전시는 온·오프라인 개최가 결정될 예정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는 전시에서는 성용희 학예연구사의 전시설명, 참여 작가 인터뷰를 비롯해 작가들의 개가 직접 전시장을 방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미술관 마당 2020.09.21 89hklee@newspim.com |
한국에서는 전체 가구의 약 30%가 반려동물과 살고 있으며 동물과 인간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과 장소는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모두를 위한 열린 미술관'을 목표로 문화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가족구성원과 공동체 일부로서 반려동물인 개를 초청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은 미술관이 지향하는 '모두'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시도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개를 위한 개방과 환대의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수의사, 조경가, 건축가, 법학자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설채현, 조광민 수의사는 동물행동 및 감정, 습성에 대한 자문을 맡았고 김수진 인천대 법학부 교수는 법률자문을, 가를 위한 건축과 조경을 위해 김경재 건축가와 유승종 조경가가 참여했다. 또한 김은희 독립큐레이터가 스크리닝(영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전시 참여 작가는 13명(팀)이며 신작 7점을 포함해 설치, 조각, 애니메이션 등 작품 20점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동 1층에서 시작되는 계단에서부터 시작한다. 들어서는 순간 개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계단에 마련돼 있고 마주하는 스크린에서는 생명체 중 최초로 우주에 도착한 빈민가의 떠돌이 개 '라이카'를 소재로 영상화한 김세진의 '전령(들)'이 펼쳐진다. 3D모션 그래픽 영상을 통하 우주 저 너머로 사라진 '라이카'의 극사실적인 이미지로 인류의 역사에서 잊힌 종(들)의 의미를 표현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시장 전경 2020.09.21 89hklee@newspim.com |
21일 언론에 공개된 전시 간담회에는 이번 전시의 주체인 개가 등장했다. 전시장을 찾은 개 세마리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장을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즐겼다. 미술관 중정에 마련된 볏짚과 미술작품을 사이로 넘나들고 냄새를 맡으며 소통했다.
전시 제목답게 철저하게 개의 시선과 중심이다. 더 나아가 개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제시한다. 실내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개들의 시각에 맞춘 건축물을 마주할 수 있다. 적록색맹이라 빨간색과 녹색을 보지 못하고 파란색과 노란색만 볼 수 있는 개를 위해 파란색과 노란색을 다양한 큐브 형태로 사용한 비디오 작품 김용관의 '다가서면 보이는'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개들을 위한 인공 숲길을 조성한 유승종의 '모두를 위한 숲'도 인상적이다. 완전히 인간회될 수도 없고 동시에 인간의 힘으로도 창조할 수 있는 양가성이 있는 '숲'을 미술관에 재현했다. 지극히 인간화된 공원 또는 이상화된 혼종의 공간이자 다원성의 장소와 기호로 뒤섞여 있다. 시각보다는 후각과 청각이 발달된 개들을 위해 물이 떨어지는 소리, 나무, 우드칩 등도 설치돼 있다.
인간과 개의 관계를 고찰하는 작품도 흥미롭다. 한느 닐센과 비르기트 욘센의 비디오 작품 '보이지 않는 산책'은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빌리가 산책하는 상황을 그들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해 이들의 시선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두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찍은 장면을 보여주는데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모두 시각에 의존하는 존재는 아니기에 둘은 다양한 소통방식을 이어간다. 비시각장애인의 경우는 둘의 산책을 지극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의 산책은 상당히 역동적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제껏 미술관에 온 적 없는 '반려동물 개'를 새로운 관람객으로 맞이함으로써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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