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영문이름 'WEON' → 'WON' 변경신청 기각
법원 "여권 로마자성명 변경은 제한적으로 허용"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여권의 영문이름 표기가 한글이름 발음과 단순히 불일치한다는 불편 등을 이유로 영문 철자를 변경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A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영문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
A씨는 지난 1995년 경 자신의 이름 중 '원'을 'WEON'으로 표기하는 여권을 발급받았다. 이후 2018년 11월 유효기간 만료로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면서 'WON'으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름 중 '원'을 가진 국민의 2.4%가 'WEON'으로 표기한다며 A씨의 신청을 거부하고 기존과 동일하게 표기한 여권을 발급했다.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를 취소해달라고 했으나 기각되자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신용카드에는 영문이름이 'WON'으로 기재돼 있어 여권과 다르다는 이유로 해외 사용을 거부당하거나 여권 기재 영문이름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기존 여권에 사용하던 'WEON'은 포털사이트 로마자 표기법에 등록돼 있지 않고 표준발음이 아니며 사용에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여권의 로마자성명 변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립국어원에서 'WEON'은 한글성명 '원'의 발음과 명백히 불일치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며 "A씨 이름의 '원'을 'WEON'으로 표기하는 것이 여권법 시행령상 변경사유인 '발음이 명백히 불일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은 '여권의 로마자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로마자성명 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단순한 발음 불일치를 모두 변경사유로 규정할 경우 여권의 로마자성명 변경 대상이 과도하게 많아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출입국 심사 및 체류자 관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인 여권의 로마자성명에 대한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출입국을 심사하고 체류상황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갖게 된다"며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사증 발급 및 출입국 심사 등이 까다로워지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해외출입에 상당한 제한과 불편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hl22@newspim.com